삼겹살부부와 여행
이전 제 글을 읽어 보신 분들께서는 ‘삼겹살 부부’를 들어 보셨을 것이다.
그 부부와 함께 매년 두 번 정도 주말에 여행을 간다.
이번에는 해운대에 있는 클럽디 오아시스 티켓이 생겼다며 함께 가기로 하였다.
삼겹살 부부는 지난 금요일에 나와 함께 SRT로 울산에 왔다.
홍양이 울산역으로 마중을 나와 함께 집으로 갔다.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오니 밤 10시경이 되었다.
내가 내일 해운대로 가야 하니 모두 일찍 자자고 하였다.
나의 이런 제안은 바로 무시당했고, 오는 차에서 홍양이 주문한 치킨과 닭똥집 튀김을 받아서 집으로 왔다.
와이프끼리 평소에 가끔 통화도 하던데 아직 할 얘기가 많은가 보다.
대화는 끊이지 않고, 한두 잔 마시다 보니 새벽 3시 넘어 잠이 들었다.
다음 날 9시경에 깨어 콩나물국밥으로 해장을 하고, 클럽디 오아시스로 출발했다.
워터파크는 여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겨울에 오는 게 좋다.
여름에 비해 덜 북적거리고, 야외풀 속에서 몸을 담그고 얼굴에 찬바람을 맞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워터 슬라이드도 탔다.
여름 성수기가 아닌 데도 약 30분가량 줄을 서야 했다.
2인용 튜브 보트에 앉아서 슬라이드 경사를 내려가고, 시계추처럼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니 스릴감이 아주 좋았다.
우리 부부는 재미있어 한 번 더 타자고 하였고, 삼겹살 내 친구는 재미있다고 하는데 그 와이프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며 다시는 안 탄다고 하였다.
슬라이드를 빠져나와 튜브 보트가 물에 착지할 때 삼겹살 와이프는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어서 내 친구 뒤에 귀신이 타고 내려오는 걸로 보였다.
삼겹살 와이프는 눈을 뜨지도 못하고, 소리만 지르면서 내려왔다 한다.
파도풀에서 파도가 밀려올 때 모두 뒤로 회전하면서 파도에 몸을 맡기는데 삼겹살 와이프는 혼자 당당하게(?) 앞으로 서 있더니 파도가 얼굴을 강타하면서 허우적거려 우리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였다.
물에서 놀다 보면 허기가 빨리 진다.
찜질방으로 옮겨서 해물라면과 떡볶이를 주문하고, 나를 제외하고 캔맥주 1캔씩을 주문하였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캔맥주 주문에 결사반대(?)하였으나, 찻잔 안의 태풍과 같이 나의 의견은 사라졌다.
모두 배를 불린 다음에 찜질방에 들어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해가 질 무렵에 일어나서 간밤의 알코올이 빠진 듯한 느낌으로 샤워하고, 숙소로 이동하였다.
일출의 해운대도 멋지지만, 일몰 직전의 해운대도 멋있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바로 나와서 근처 오징어 횟집으로 갔다.
요새 오징어는 '금징어'라 불릴 만큼 비싸다.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어획량이 엄청 줄어든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맛이라도 보자고 하였다.
사람 입은 참 간사하다.
오징어가 쌀 때의 맛과 비쌀 때의 맛이 다른 것 같다.
비쌀 때가 훨씬 맛있다.
어제의 알코올은 뺐으니 오늘 다시 알코올을 채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부지런히 잔과 병을 바꿔 들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적당히 오징어와 알코올을 채우고, 해운대 재래 전통시장 한 바퀴를 돌면서 구경을 하였다.
여름이 아님에도 토요일 밤의 해운대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LCT 근처의 바닷가 식당, 주점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거리는 이국적 풍경으로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외국 관광객들도 많다.
여기에서 호프 한잔을 하면서 내년에는 어디로 갈까 얘기를 하다 보니 초겨울 밤은 파도 소리와 함께 깊어 갔다.
이렇게 우리들은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올해에는 5월에 대천과 공주를 다녀왔고, 지난주에 해운대를 다녀왔다.
대천 바닷가에서는 젊은이들의 버스킹을 보면서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인상이 깊었고, 해운대에서는 조명이 비추는 하얀 파도를 보면서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