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제목을 마라톤이라 쓰고 나니 이상하다.
보통 마라톤이라 하면 사람들은 42.195km를 떠올릴 텐데 우린 10km 마라톤이다.
올해 우리는 4월에 경주 벚꽃 마라톤, 10월에 울산 마라톤과 부산바다마라톤까지 3개 대회에서 10km 부문에 참석하였다.
나는 1시간 1분대이고, 홍양은 1시간 10분대이다.
10여 년 전부터 헬스장 PT를 받으며 꾸준히 운동을 하였고, 마라톤은 8년 전에 시작하였다.
코로나 시절을 제외하고는 매년 2~4개 대회는 꾸준히 참석하였다.
완주메달을 모아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는 함께 술도 꾸준히 마시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
우리가 함께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나이 들어서도 지금처럼 함께 술과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술을 많이 마셔도 다음 날 회복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서로의 합의점에 도달하였다.
우리는 합의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몸무게가 많이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그때 나는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
집안 가족력과 몸무게 증가가 원인인 것 같다.
의사는 싱겁게 먹고, 몸무게를 줄이라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고, 고혈압 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지만, 몸무게는 7kg이 줄면서 혈압은 안정화되는 것 같다.
홍양은 갱년기가 와서 힘들어 하지만, 집안의 암 가족력이 있으면 갱년기 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정보 때문에 대신 운동을 하면서 극복하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약물 치료보다는 운동으로 극복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헬스와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근육량이 증가하고, 체지방이 저감 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운동에 비법은 없는 것 같다.
그냥 꾸준함이다.
차츰 달리기 거리도 늘어나고, 헬스장에서 드는 무게도 늘어났다.
처음에 PT를 받았을 때 너무 힘들어 제대로 따라가지를 못했다.
PT를 받은 날에는 그래도 우린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맥주잔을 부딪히며 자축을 하였다.
그러면서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몇 달 후에는 제법 자세가 갖춰지면서 감이 오기 시작했다.
달리기도 처음에 1km도 힘들어서 겨우 뛰었는데 점차로 거리가 늘어가면서 뿌듯함과 신기함이 교차로 오면서 마라톤 대회 10km 부문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2016년 울산 동구 염포산 산악 마라톤 대회 11.2km가 처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왜 처음에 산악 마라톤을 신청했을까?
해발 200m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산이지만, 오르락내리락 너무 힘들었다
걷다 뛰다 반복하면서 겨우 결승선을 지났다.
하지만, 주최 측인 현대중공업에서 준비한 자장면은 너무 맛있어서 지금도 기억난다.
아직도 그때의 자장면 보다 맛있는 자장면을 먹어보지 못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 뒤로 코로나 시절을 제외하고, 매년 2개에서 많게는 4개 대회에 참석을 하였다.
초창기에 마라톤 대회 참석할 때 우리는 나란히 같이 뛰었다.
상대가 힘들어 보이면 페이스를 함께 늦추고, 결승선까지 함께 뛰었다.
그런데 2021년 울산 태화강 마라톤에서 그 동맹(?)이 깨졌다.
10km 결승선이 거의 다가온 시점에서 홍양이 갑자기 웃으면서 “먼저 갈게~”라고 손을 흔들면서 앞서 나갔다.
배신(?)을 한 것이다.
나는 따라잡을 힘이 없었고, 결승선에 도착하니 약 2분 정도 차이가 났다.
홍양은 웃으면서 “다음에는 먼저 들어가”라면서 어깨를 툭 쳤다.
"배신녀!!"
그 뒤로 우린 초반에 함께 달리다가 각자도생으로 페이스 좋은 사람이 먼저 간다고 앞서 나간다.
지금은 내가 8~9분대로 앞선다^^
홍양은 오래 달리면 무릎이 아파 온다고 하면서 이의 원인을 몸무게로 보고,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술은 마다하지 않고 있고, 몸무게가 잘 빠지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있다.
투덜거림의 결론은 “나잇살 때문이야”이라는 핑계로 귀결된다.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진짜 원인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하기 싫은 것 같다.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진짜 원인은 조용히 덮어 둔다.
우리는 함께 회식을 하면서 공동 취미인 운동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곤 한다.
부부간의 공동 취미는 언제나 옳은 것 같다.
얼마 전에 방영이 끝난 “무쇠소녀단’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였다.
우리는 더욱 강도를 높여서 꾸준히 연습을 하기로 하였다.
내년 봄 경주벚꽃 마라톤에서 하프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