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야근!
오늘도 야근까지 이어졌다. 출근시간도 퇴근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그런 일. 누가 시키지도 누군가와 함께하지도 않는 일.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오히려 금전적 지출이 잦은 일, 그래서 조금은 이상한 일.
성과가 한눈에 보이지 않고 기준이 애매모호해 평가를 할 수 조차 없다. 아마 아이들이 다 자란 이후 20년 후에 조금은 이 나날들의 결과를 알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 후도 모르겠지.
스스로와의 싸움이 잦은 어렵고도 어려운 직업, 엄마. 나는 오늘도 엄마로서의 하루를 가열차게 보냈다. 내 두 발에 불이 붙어 뜨겁도록 달려온 하루의 끝엔 창문 밖의 자동차 바퀴소리, 버스 브레이크의 피시 하는 소리와 힘없이 돌아가는 선풍이 소리만 남았다. 아 아직 꺼지지 않은 새벽배달 오토바이에 불나는 소리도 들린다. 바쁘게들 사는구나.
오늘은 무릎 뒤, 오금에 붉게 번져버린 피부염 때문에 병원을 다녀왔다. 첫째를 등원시키고 집에 들어와 둘째의 아침 수유를 챙긴 후 병원 오픈 시간에 맞춰 길을 나섰다. 도착하니 이미 사람들로 가득한 병원 안이다. 접수를 하니 대기 인원이 어마어마하다. 둘째는 유모차에 누워 졸린지 칭얼대 조용히 병원 밖으로 나와 복도에서 재웠다. 의도치 않게 열려있는 남자화장실 안의 아저씨와 눈도 마주쳤다. 기나긴 한 시간 반 동안의 기다림 끝에 진료를 보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의 황금 같은 ‘그나마’ 평화로운 오전 시간이 끝이 나고 부랴부랴 밥을 챙겨 먹었다. 둘째는 고맙게도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피부과 약 덕분에 졸음이 몰려와 둘째와 함께 자려고 누웠지만, 둘째의 칭얼거림에 일어나 달래주고 먹이고 재우니 어느새 첫째 하원 두 시간 전, 저녁 준비도 못했는데. 짧은 시간에 누워 또 핸드폰을 멍하니 보고 있다. 알람이 울려 둘째가 깨지 않게 곧바로 끔 버튼을 누른다. 일어나 밥을 안치고 먹을 저녁 재료들을 꺼내놓는다. 곤히 자고 있는 둘째를 깨워 유모차에 태우고 첫째를 데리러 나간다.
정류장에 서 시계를 보는데 아차, 40분 전 미리 맞춰 둔 알람이었다. 나는 벤치를 찾아 앉아 오랜 친구와 통화를 한다. 이런저런 얘기에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그 자리에 어린이집 버스가 도착했다.
나의 하루 후반전이 시작됐다. 놀이터 한번 들려주고, 저녁밥 배에 과자와 젤리를 가득 채워 넣는 너를 보며 한숨이 나온다. 다른 친구와 함께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온다. 다행히 둘째가 울어주어 부랴부랴 집으로 향한다. 오자마자 둘째를 방에 눕히고 기저귀를 갈고 달래 본다. 그 사이 먹다 만 과자와 도넛을 집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가루들을 흘려 놓는 첫째. 둘째를 어느 정도 보고 첫째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함께 씻고 나온다. 그다음 스케줄은 둘째에게 달렸다. 곤히 잘 있어주면 저녁 차림 시작, 아니면 둘째 수유 후 재우기. 정신없는 저녁식사가 끝나면 둘째 재우고 난 뒤 첫째와의 시간을 갖는다. 잠자기 전 동화책 읽기. 읽고 싶은 책은 한아름 안고 내 곁으로 오면 나는 몇 권을 줄이자고 거래를 한 후 책을 읽는다. 다 읽고 나면 자기 전 쉬를 하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방으로 들어와 불을 끈 후 잠을 청해 본다. 아 나 말고 아이가.
보통 둘째가 먼저 잠들지만, 오늘은 둘째는 그 시간까지 혼자 모빌을 보며 졸린 눈에 칭얼칭얼 한다. 얼른 가서 수유를 하고 토닥토닥 재우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 한 시간이 주어진다. 보통 최근에는 첫째를 재우며 그냥 곯아떨어지기 일쑤이다. 오늘은 이렇게 지끈 거리는 머리를 여기에 풀어 정리해본다.
남편은 회식자리에 아직 집으로 오지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