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키카눈넝

엄마, 나 다섯 살 되기 싫어요.

아이가 잠든 뒤에도 나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한참 쓰다듬었다.

by 키카눈넝

요즘 언어를 구사하는 수준이 부쩍 높아졌다. 단순한 의사전달이 아닌 과거의 일에서 배웠던 것들로 예측하여 물어보고 말한다. 또한 어려운 4글자 단어들을 사용하는 시도도 한다. 예를 들면 ‘미지근한 물 주세요.’를 ‘근지마한 물 주세요.’라고 말한다. 혼자서도 잘하는 일들이 늘어나 애 둘을 혼자 돌봐야 하는 나에게 작은 여유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오늘도 책 두 권을 모두 읽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한참을 누워있다 나에게 말했다.


“엄마, 다섯 살 되면 김해림 선생님이랑 빠많이 해야 해요?”


“응? 응, 그래야지~”


곧이어 울먹이는 소리로 말한다.

“나 다섯 살 안될래... 밥 잘 안 먹을 거야.”


아, 이게 아닌데. 밥을 잘 먹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는 아이에게 밥을 잘 먹지 않아도 다섯 살이 된다부터 시작해서 그래도 밥을 잘 먹어야 해 하며 이상한 말들을 내뱉었다.


잠시 잠잠해져 잠에 들었나 싶을 때 또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밥 잘 안 먹을 거야. 다섯 살 안될 거야..”


“그래 다섯 살 되지 마. 안돼도 돼. 얼른 자, 괜한 걱정하지 말고. 엄~청 많이 자야 다섯 살 되는 거야, 아주 먼 일이라고.”


가만히 누워 울먹이는 아이를 토닥여줬다. 아, 이게 아닌데... 내가 뭐라고 말을 하는 거지.

내가 아이 었다면 엄마에게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들을 해줘야 할까.


“우리 연두가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는구나. 헤어질 생각 하니 벌써부터 슬퍼하네. 괜찮을 거야~ 다섯 살 반가면 재밌는 일이 더 많을 거야. 그리고 다섯 살 반 선생님까지 만나면 연두는 선생님 두 명이 생기는 건데~? 우리 연두가 많이 슬프구나...! 엄마가 너무 슬프면 꼭 안아줄게 걱정하지 마.”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해주었다.


아이는 일분도채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고,

나는 잠든 아이의 머리카락을 한참 동안이나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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