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키카눈넝

거슬리는 양말 한 짝

왠지 모르게 친근해서.

by 키카눈넝

거슬린다, 양말 한 짝이 거슬린다.

드럼세탁기 문짝 구석에 콕 박혀버려, 다른 빨래들과 함께 때를 씻어내지 못하는 양말 한 짝이 거슬린다. 함께 시작한 빨래들은 모두 힘차게 세탁기의 움직임에 따라 흘러 흘러 척척하고 빨리는데, 양말 한 짝의 발바닥의 까만 때는 지워지지 않는다.


"띠리리리리~ 띠 릴리리 리이리라~" 세탁기가 제 할 일을 다 마치고 노래를 부르는 그때에도 너는 거기에 계속 박혀있을는지. 이제 너의 운명은 다른 빨래들만이 바꿀 수 있다. 스스로 끼어 들어가지 못하는 양말.

'세탁기 안의 다른 빨래들아, 어서 제 몸을 씻지 못하는 저 안쓰러운 양말 한 짝의 엉덩이를 툭 걷어차 너희와 함께 빙글빙글 돌게 해줄 수 있겠니?'


'삐-빅.'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갔다. 옆에서 힘차게 돌고 있는 세탁기에 다시 한번 눈이 간다. 계속 문틈에 끼어 물만 축이고 있다.

'빨래가 다 끝난 후에 다시 손빨래를 해야 하나...?' 생각해본다.



...



결국 힘차게 돌아가는 세탁기를 멈춘다. 그리고는 다른 빨래들 틈에 끼지 못하는 양말 한 짝을 휙 안으로 던져 넣는다.


그 양말이 왠지 모르게 친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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