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

2023년 7월 15일 토요일

by KIKI




아주 오랫동안 비가 멈추지 않고 내렸다.

빗속의 생활은 아주 고요하게 흘렀으나,

곳곳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물 웅덩이를 남겼다.



저물녘에 잠시 외출을 해 나무를 보고 왔다. 뾰족하고 얇은 잎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였다. 비로 인해 짙어진 녹음으로 둘러싸인 놀이터였는데, 아무렇게나 자란 드센 풀들이 무성하고 오가는 사람이 없어 버려진 공터 같았다. 나무 그늘에 아래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웠고, 한 두 모금 정도 피워냈을 때 공원 맞은 편 철조망 사이로 운동장을 달리는 사람이 시야에 들었다. 검은 옷차림을 한 남자가 비에 젖은 모래 위를 달리고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기서 운동장을 달리고 있지? 달리는 사람을 한참 들여다 보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런게 궁금해졌다. 좀 이상했다. 그게 왜 궁금해? 스스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그건 5월에 만난 사람이 내게 했던 질문에 대해 내가 수없이 좇아온 반문이기도 하다. 저 남자를 보니 이제야 좀 납득이 가는 듯했다. 왜라는 건 이렇게나 자연스레 솟아오르는, 어떤 의도나 의미가 담기지 않은 채 순전한 호기심으로 발생하는 무의식적인 현상이라는 거.



그 사람의 질문을 받고 당시에 떠오르는 대로 답을 해주었는데 정작 물어본 그 사람은 이젠 아무 기억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잊겠지. 그날의 기억은 더이상 진행될 게 없는 채로 그 자리 그대로 멈추었겠지. 웅덩이가 남은 쪽은 이쪽이다. 긴긴 비의 시간을 보낸 것도 이쪽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가끔 그 웅덩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게 다다.



그 사람이 한 말들은 우스웠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럼에도 모든 걸 무너뜨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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