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어도 회사는 어떻게든 굴러 간다. 인수인계서를 만들지 않고 퇴사해도 문제 될 일은 없다. 하지만, 인수인계 파일을 잘 작성하면 퇴사 전 경력을 정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사 후에 연락 올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인수인계 파일은 업무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 라인이기 때문이다.
몇 주에 걸쳐 인수인계 파일을 작성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디벨롭 할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 중에 ‘퇴사형 이형’ 채널에서 인수인계를 위한 4가지 리스트를 발견했다. 인수인계를 업무, 성과, 실수, 사람에 따라 나누어 진행하는 방법이었다. 해당 내용이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퇴사형 이형의 양식을 차용해서 발전시켰다.
Work List
Check List
Communication List
업무시 필요한 권한
참고 문서 목록
우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업무를 정리하는게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다.
내 직무에 대해 내가 채용 공고를 낸다고 생각하기
이 회사에서 내가 진행했던 모든 업무 나열해보기
모든 업무를 정리한 이후에는 세부 업무를 절차에 따라 정리해주었다. 해당 업무 관련 요청 사항이나 문의사항은 누구에게 해야하는지 작성했다. 아래는 작성했던 인수인계서의 일부이니, 양식을 고민한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Check List에는 처음 업무를 맡아서 진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들을 모두 적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경험했던 실수도 있고, 아니면 실수가 발생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부분도 있었다.
회사 시스템적인 이유로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적었다. 회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같은 부분에서 실수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포함하니 약 10가지 정도가 나왔다.
Communication List의 작성 범위는 회사 마다, 조직 사이즈 마다, 직무 마다 다르다. 필요에 따라, 사내 List와 외부 List를 작성하면 된다.
사내 List에는 담당 업무 영역, 업무 요청 사항, 참고 사항을 적어두면 후임자가 업무하기 수월하다. 업무 요청 사항은 IN/OUT을 나누어서 작성했다. 참고사항에는 해당 인물과 겪었던 모든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회사는 리모트 근무/자율 근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미팅 선호 시간도 적었다.
외부 List에는 최신 History나 진행중인 History를 적었다. 외부 담당자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꼼꼼하게 작성했다. 이미 Work List에 포함이 되어 있겠지만 외부 리스트 인원과 진행하는 루틴한 업무가 있다면 그 또한 적어주었다.
업무 권한이 한번에 착착 나오는 회사들에게는 필요없는 리스트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모두 경험해본 바, 그런 회사는 유니콘 같은 존재다. 또, 업무시 필요한 권한은 실무자가 가장 잘 알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업무시 필요한 권한을 모두 작성했다.
참고 문서 목록에는 리서치 문서, 기획 문서 등 업무를 진행하면서 생성했던 모든 파일들을 정리했다. 엑셀, 피그마, PPT 등 툴을 사용한 만큼 업무에 사용된 모든 문서를 아카이브했다.
업무를 하면서 틈틈히 모든 리스트를 채우다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인수인계 파일을 정리하면서 내가 근무하는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 어떻게 성장했는지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인수인계 복이 없는 편이었기에 오히려 후임자가 생기면 노하우를 과감없이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나처럼 인수인계 어려움을 겪었던 모든 주니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