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기 Aug 18. 2017

인턴의 굴레

 170815 온스타일의 '열정같은소리'를 보고

 8월 15일 방송된 온스타일의 '열정같은소리'를 야근하고 귀가해서 보고 쓴 썰

어느 건축사무소 소장이 어느 교수를 만난다. 교수와 소장은 건축과 인간, 자연과의 조화, 도시문제에서 건축의 역할 등을 이야기할 것이고 교수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소장에게 교수는 소속학교 학생들을 인턴으로 추천할 것이다. 소장은 수락한다. 계획에 없던 인력이지만 할 수 없다. 교수가 언제 어느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이나 심의나 자문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장은 학생들을 받아서는 터무니 없는 급여로 일을 시킨다. 교수추천이라서 받아주는 거니 스펙 쌓는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고.

   그날 저녁 소장은 건축주를 만난다. 디자인, 재료, 공간, 행정, 공기 등을 설명한다. 핫플레이스에 여러 식당을 소유하고 있는 건축주는 그래서 공사비가 얼마나 드냐고 묻는다. '싸고 좋게'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이게 다 내 땅인데 왜 이것 밖에 못 쓰냐는, 법규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말을 뱉으면서.

그 시간에 인턴 학생들은 복사나 모형깎기 스케치업 등을 하면서 야근 혹은 철야를 할 것이다.

  어느 저녁 건축주는 용역비도 안주고 소장에게 받은 설계안을 가지고 좀 더 싸게 주고 부릴 수 있는 다른 건축사무소에 갈 것이다. 이거대로 도면꾸려서 건축허가 넣어달라고.

그 소장은 어느 저녁 교수를 만난다. 건축주가 건물을 올리려는 지역의 건축심의 위원이 그 교수이기 때문이다. 교수와 소장은 같이 저녁을 먹고 술 한잔하면서 건축과 인간, 자연과의 조화, 도시문제에서 건축의 역할 등을 이야기할 것이고, 교수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소장에게 교수는 소속학교 학생들을 인턴으로 추천할 것이다. 그날 오전 교수회의에서 취업률이 학교 평가의 척도고 연구비 예산도 그에 상응한다는 학과장의 잔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소장은 건축주가 또 설계비가 비싸다며 압박을 준 게 떠오르지만 수락한다. 그 소장은 학생들을 받아서는 급여도 없이 일을 시킨다. 교수추천이라서 받아주는 거니 그걸로도 감사하라며. 요즘 건축업계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취업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건축은 종합예술이라고. 열정을 가지고 배우는 자세로 일하라고.

인턴들은 그날 수십 개의 필요없는 알트 모형을 깎으면서, 스케치업 등을 하면서 밤을 샐 것이다.

교수는 학생들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소장은 인맥관리를 잘한거라 생각하고, 건축주는 싸게 건물 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들은 '먼저 선'자가 앞에 붙은, 선배, 선생으로서 늦은  밤 매스모형을 깎는 인턴들에게 지금 그 일이 나중에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될거라고 말할 것이다.
심지어.
무려.
조언을 해준다며.

-------------

이 글은 '가상의 썰'이므로 해당 업계의 실제 현실과는 무척이나 다를 수 있겠지요?
응? 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