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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Feb 08. 2018

아픔에 다가가는 순간들

'빌어먹을 세상따위'를 본 후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소년을 보았다. (넷플릭스, '빌어먹을 세상 따위')

내 오른팔에는 흉터가 있다.
바닥을 기던 아기 때 생긴 것이다.
난 울지도 않았단다.
엄마는 옷을 갈아입히려다가 옷과 내 살갗이 붙어있는 걸 보고 나서야 뜨거운 물을 엎질렀을 때 다쳤음을 알았다.

나는 아파도 참는 편이다.
그것은 고작 나의 인내력일 뿐이다.
타인은 다르다.

고통은 나이가 들고 겹겹이 쌓여서 더 예민해진다. 아팠던 게 쌓이면 타인의 고통에도 가까워진다.

얼마 전 아내의 발톱을 깎다가 살을 살짝 집었다. 아얏 놀라는 아내의 반응에 나도 머리가 쭈뼛했다. 피가 맺힌 3밀리미터 정도의 상처가 눈 앞에 꽉 찼다.

영화 '덩게르크'. 영화 속 허구인데도 바다 밑의 사람들을 보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느 나라 고가도로가 무너져서 사람이 깔려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나라가 발전하다 보면 몇 명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어른의 말을 들었다. 전쟁도 겪었을 어른. 같이 있어도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 느껴졌다. 우리는 정말 타인의 고통에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라 여기던 소년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을 때려달라고 한다.

어릴 때는 어떻게 그렇게 순진무구하게 싸우고 때리고 상처를 입혔을까. 아니, 아니. 순진한 게 아니라 무심했음을. 나의 무심과 무감을 뉘우친다.

인도 여행.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자원봉사자와 마주칠 때마다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고 손을 잡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게 했다.

전쟁도 겪었을 듯한 나이의 사람들이 추운 길에 서서 전단지를 내민다.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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