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기에
컵라면에 물을 붓는다.
주어진 시간은 3분.
그대는 무엇을 할 것인가?
휴대폰을 켜 뉴스를 보려나. 혹은 숏츠? 숏츠는 대부분 영양가 없지만 시간은 꽤 빨리 흐르니까. 어쩌면 먹으면서 볼 긴 영상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밥은 익숙하지만, 종종 쓸쓸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영상은 신기하게도 같이 있는 기분을 만들어 준다. 아까 건조가 다 돌아간 빨랫감을 정리하러 가려나. 빨랫감 정리는 귀찮다. 빨랫감을 개어주는 기계가 나오면 참 좋을 텐데.
여하튼, 그래서 당신에게 주어진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You're all alone
넌 혼자야
You're fixing ramen
라면을 만들고 있지
You pour hot water in
뜨거운 물을 라면에 부어
Where are your thoughts wandering as you wait there?
기다리는 동안, 넌 무엇을 할 거야?
동경사변의 〈능동적 삼분간〉은 첫 가사부터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컵라면을 기다리며 주어진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이냐고. 3분, 컵라면이 다 끓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을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3분은 매우 짧은 시간처럼 보인다. 휴대폰 화면을 몇 번 스크롤 하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시간이다. 무언갈 이루기에 부족한 시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3분이라는 시간이 짧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3분이라는 시간들이 쌓이면 어떨까. 3분이 한 시간이 되고, 한 시간이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일 년, 일 년이 눈 떠보니 어느덧 불혹에 가까워진다면? 동경사변은 말한다.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동경사변, 일명 도쿄지헨은 일본의 5인조 록 밴드로, 2003년 7월에 결성했으며 2004년 9월 8일 싱글 1집 군청일화로 정식 데뷔했다. 동경사변(東京事変)이라는 이름 뜻은 말 그대로 동경(도쿄)과 사변의 합성어로, 보컬인 시이나 링고가 말하기를 '이 사람들이 도쿄에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라고 한다. 장르는 록 및 재즈. 멤버는 기존 시이나 링고, 카메다 세이지, 하타 토시키, HZM, 히라마 미키오였으나, HZM과 히라마 미키오가 탈퇴하고 이자와 이치요, 우키구모가 영입되어 지금의 동경사변이 탄생했다. 멤버 교체 이후에도 한 차례 해체를 겪었다. 2012년에 해산 발표를 했고 2020년에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동경사변의 정규 앨범은 종 6집으로, 정규앨범들의 제목은 각각 TV 채널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1집 교육 채널, 2집 성인 채널, 3집 오락 채널, 4집 스포츠 채널, 5집 디스커버리 채널, 6집 음악 채널을 비롯하여 EP의 화면조정용 컬러바, 뉴스 채널과 심야 방송까지 있다. 능동적 삼분간은 4집인 스포츠에 수록되어 있다.
능동적 삼분간은 동경사변 4집 <스포츠>에 7번째로 수록된 곡이다. 스포츠에 수록되기 전 2009년 12월, 싱글로도 발매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곡 제목과 같이 러닝타임이 딱 3분이라는 것이다. 도입부는 마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듯이 삐빅대는 기계음과 같은 소리로 시작된다. 그리고 질문한다. 컵라면이 익어가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이냐고. 시이나 링고의 가사는 보통 일본인도 해석하기 힘들 정도로 철학적이라고 유명한데, 능동적 삼분간은 다른 노래에 비해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보통 한 음악이 재생되는 시간 3분, 그리고 컵라면을 기다리는 시간 3분. 이 3분이라는 시간은 길어 보이면서도 짧다. 이것이 마치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를 3분에 비유해, 주어진 '3분'과 '삶'이라는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청자에게 던진다.
遣る瀬ない沙汰止みを
달랠 길 없는 중지를
溜息にして無常
한숨을 쉬며 무상히
嘆いても時は男女平等
한탄해도 시간은 남녀평등
精神崩壊前夜
정신붕괴 전야
待ってよサンデードライバー
기다려줘 Sunday driver
泣いてんだったら聴きな
울고 있다면 들어봐
才能開花した君は
재능이 꽃피기 시작한 그대는
ヒッチハイクの巧いベテランペーパードライバー
히치하이크가 능숙한 베테랑 Paper driver
三分間でさようならはじめまして
3분간 잘 가요, 처음 뵙겠습니다.
格付(ランキング)のイノチは短い
Ranking의 생명은 짧아
寄る辺ない現し身を
기댈 곳 없는 몸뚱아리를
使い古して無常
오래 사용하여 무상히
喚いても時は怨親平等
아우성쳐도 시간은 원친평등
'선데이 드라이버'는 초보운전자를, '페이퍼 드라이버'는 일본에서 장롱면허를 뜻한다. 가사를 개인적으로 분석해보자면, '히치하이킹이 능숙한 페이퍼 드라이버'라는 표현은 스스로 운전하지 않고, 늘 남의 차를 잡아 올라타는 사람이다. 즉 누군가에 의해 이끌려가는 수동적인 삶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원친평등은 불교 용어로, 원수거나 친한 이를 본래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을 뜻한다. 시간은 남녀평등, 원친평등으로 누구든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3분간 잘 가요, 처음 뵙겠습니다'에서 3분을 삶이나 흐르는 시간으로 두면 자연스럽게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지는 이들에게 전하는 인사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들과 마주한다. 이별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끊임없는 만남을 하고, 또 작별한다.
랭킹의 생명은 짧다. 말 그대로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일은 결국 잠시 동안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타인을 신경 쓰며 살아가기에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다.
I'm your record, I keep spinning round
난 당신의 레코드, 난 빙글빙글 돌고 있어
But now my groove is running down
하지만 지금 내 움직임은 멈춰가고 있어
Don't look back brother get it on
뒤돌아봐선 안 돼, 임무를 완수해
That first bite is but a moment away
한마디면 순식간에 사라져
When I'm gone, take your generator
우리들이 죽으면 전원을 넣어 줘
Raise the dead on your turntable
그대의 재생장치로 되살려줘...
'능동적인' 삶이란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종종 노인들에게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이라고 물으면 대부분 '겁먹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할 것이다'라고 답한다. 세상은 척박하다. 그런 세상에 겁먹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고, 답 이외의 선택지를 고르기 망설인다. 그렇게 교육받아왔으니까. 흔히 말하는 '틀에 박힌 삶'.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가고, 대학을 다니다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삶. 모두가 바라지 않으면서도 결국 바라게 되는 삶이다.
그럼 이 '틀에 박힌 삶'은 지루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우리에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의 순간마다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나'이다. '틀'이라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왜? 틀 안에 살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굴복이나 체념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길이었을 수도 있다. 혹은 원치 않는 길을 걸어간다고 한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니던가. 자신이 '능동적'으로 결정해 고른 길인데 왜 울상을 지어야 하는 걸까.
사실은 안다. 세상은 너무 캄캄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시도해야 한다. 놓친 목표에 평생을 우울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첫 걸음을 내디디면 된다. 자기연민에 빠져 살고, 남과 비교하며 한탄할 바에야 그편이 낫다. 그렇다고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고까워해서는 안 된다. 그 속에도 수많은 가치가 존재한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아끼는 지인들과 종종 수다를 떨거나 술을 마시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나가고.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들인가.
동경사변이 말하는 '능동적'은 자신을 얽매이게 하지 말란 소리다. '랭킹'은 일시적이고, 비교는 무의미하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해 능동적'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 지겹다면 다른 길로 걸어가면 된다. 자신이 등돌린 길을 걸어가는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지만 않으면 된다. 그것은 그의 선택이고, 이것은 내 스스로의 선택이다. 남을 멋대로 재단하며 목메지 말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내 나름대로 잘 활용하면 된다.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기에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고, 생은 유한하다.
어느덧 3분이 지났다.
컵라면은 다 익었다.
그대는 그동안 무엇을 해오고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