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글포글 글쓰기 4회차
최근 오소희의 <엄마의 20년>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초입부는 '대한민국 엄마들은 왜 "나를 찾고 싶다"할까요?'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복직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면서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나는 주부의 삶에 발을 내딛었다. 회사라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지만 나는 어디서나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아무 연고 없는 울산에서 사람을 모으고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친구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사회속에서 즐거워하고 부딪히고 인정받으려는 과정에 빠진 하나가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배우자의 지지였다.
<엄마의 20년>에서는 '나'를 잃어버렸는데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그리고 '입시 중심적인 사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낮은 임금, 보육시설 미비 등 다양한 장애물에 걸려 차단당하고, 입시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대학입시까지 무려 20년을 아이에게 붙잡혀 차단당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린 나는 입시 중심 사회라는 이유보다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라는 문구가 확 와닿았다.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눈 돌리는 것에 나의 배우자는 크게 환영하지 않았다. 공동체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조언을 구하면 '그렇게 힘들고 너가 스트레스 받을거면 그냥 안하는게 낫지 않나'라는 말로 나의 일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바꿔버렸다. 집이 어질러진 상태에서 집 밖의 일들로 내가 골머리를 앓고 있으면 '어떤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하는지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나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내가 좋아서 하게 되는 일들이 점점 욕심이 되버리는 것 같아 행복하지 않았다. 집안일 하나 거들지 않던 친정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회 찍어먹는 초고추장 하나 자기손으로 가져오지 않고 어머님에게 시키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시댁갈때마다 봐야했고,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내게 말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주부는 집안의 일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에 흽싸인다. 수많은 세월을 큰 소리 내지 않고 그들의 배우자를 나쁘게 길들인(?)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모습은 측은함을 넘어서 화를 유발한다. 그런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어머니들의 모습을 나는 되물림받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행여 나의 배우자가 아버지들 세대로부터의 나쁜 습관을 되물림 받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애쓰는 과정이 결국은 '나'를 찾는 것과 같은 길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지받지 못하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앞으로의 결혼생활의 큰 과제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역에 사는 내(기혼여성)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며 '나'를 찾아가는 엄마이자 배우자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