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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Jul 21. 2024

여행의 목적

음악 일기 / 후쿠오카 / 2018.1.26

텐진역 쪽으로 숙소를 옮겼다. 더 이상 거리에서 늦은 밤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을 볼 수 없었다. 자주 가는 카페가 생겼다. 아침부터 12시까지 오늘의 커피가 200엔이다. 커피의 맛과 신선도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모찌며, 초콜릿 같은 것을 무심한 듯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는 점원이 있었다. 카페 바깥으로는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들이 종종 지나다녔고, 안으로는 따뜻한 겨울 햇살이 들어왔다.


자주 가는 정식집도 생겼다. 주로, 생선을 굽거나 튀기거나 데리야키 소스를 얹는 것이 메인 메뉴인 식당이었다. 가격도 기본 메뉴는 800 선으로 적당했다. 식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테이블 뒤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쌓아 올린 식재료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일본어 메뉴판이 나왔지만, 곧이어 아이패드 메뉴판이 나왔고, 음식 사진을 보고 그날 먹을 음식을 결정할  있었다. 식당에는 4 테이블이 없었다.  조용한 나라의 사람들은 혼자 혹은 둘이서 묵묵히 식사를 했다. 식당의 배경 음악은 언제나 비틀스였다.


자주 가는 우동집에서는 스탠더드 재즈가 주로 나왔다. 음악과 공간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동에 재즈? 아마 가게의 주인이 재즈 애호가인 것 같았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울리게 되면, 그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나보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과는 여행의 목적이 다르다. 나는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한다. 경제적 이유를 제외하면, 내가 여행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상사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도 없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쉬고 싶은 욕구도 없고, 집에서 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쇼핑에는 취미가 없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여행을 떠났을 때, 무엇을 꼭 해야지 하는 마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낯선 건물이나 풍경들 또한 며칠만 지나면 식상해진다. 루틴에서의 탈출과 예측할 수 없는 영감이 여행의 목적인 나에게는, 제법 긴, 여행이 생활로 느껴질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시, 문제는 시간. 혹은 시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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