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샌드위치, 핫도그
샌드위치 백작은 카드게임을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지만, 덕분에 미래의 우리는 훌륭한 한끼 식사를 얻었다.
뉴욕에서 어학원을 다닐 때, 점심값을 아끼려고 집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다. 뉴욕이 물가가 비싸다고들 하지만, 수도의 물가는 다들 엇비슷하다. 오히려, 미국같이 큰 나라의 마트에서는 식료품을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특히, 빵이나 고기같은 것은 한국보다 훨씬 싸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계적으로 식빵에 양상추와 샌드위치용햄(터키, 치킨 브레스트, 포크, 비프 등등, 마트에 종류별로 슬라이스해서 판다), 케첩, 마요네즈를 넣어서 점심용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아침 수업이 끝나면, 빈 강의실에 들어가거나, 거리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샌드위치의 이점은 차가워도 맛있다는 것이다. 배가 채워지면, 골목 한 귀퉁이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 1달러 짜리 커피 한 잔(우유와 설탕은 공짜인)을 마시고, 다섯시쯤이면, 블리커 스트릿에 있는 식당에 출근했다.
핫도그는 좀 다르다. 나같이 저렴한 입맛의 미식가는 거리 음식에 열광한다. 누군가 그랬던가, 저렴한 입맛의 미식가가 여행하기 딱이라고. 어쨌든, 뉴욕의 거리에는 세계의 거리 음식들이 즐비하다. 1달러에서 8달러 정도가 내가 정해놓은 점심 예산의 마지 노선이었다. 할라 푸드, 핫도그, 피자, 타코, 브리또...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들이 많았다.
핫도그는 말 그대로 뜨거운 개다. 그 뜨거운 개가 식으면, 맛이 없다. 콜라라도 없이 먹었다가는 속이 턱턱 막힌다. 하지만, 뜨거울 때는 또 이만한 것도 없다. 넓은 불판에 빵을 데펴서, 갓 구운 소시지와 다진 양파, 머스타드만 넣었는데, 참 맛있다. 오렌지 주스와 먹어도 괜찮다.
어렸을 때, 핫도그는 그냥 기름에 튀긴 밀가루 튀김옷 안에 부실한 소시지 하나가 들어 있는 분식이었다. 어쨌든 이 한국식 뜨거운 개조차도 인상좋은 아주머니가 뜨거운 기름에 다시 넣었다 빼고, 케첩을 듬뿍 발라주면, 옆에 친구가 있었다는 것도 잊고 먹게 된다. 시절이 좀 지났을까, 감자가 덕지덕지 붙은 만득이 핫도그가 유행했지만, 나는 오리지널을 좋아했다.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와 핫도그의 중간을 만들어 먹었다. 샌드도그 혹은 핫위치....
식빵을 팬에 굽고, 머스타드를 바르고, 채썰어서 물에 담가 두었던 생양파(매운맛이 빠진다)를 얹는다. 소시지와 베이컨을 바싹 구워 식빵에 얹으면 완성. 이 국적 불명의 음식이 든든하게 아침을 채워준다. 옥탑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흐리다. 비가 쏟아지려나.
201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