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맑은 두부탕과 경주법주
대형 서점에 가면 요리책을 사야지하고 벼르고 있었다. 수많은 요리책 종류에 압도당하다가 결국 가장 단순해 보이는 책 하나를 집었다. 목표는 책에 나오는 요리들 중 3가지를 해 먹는 것이다. 그만하면 책값정도는 되니까...
냉장고에는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인 두부 반모가 있었다. 두부가 들어간 요리를 찾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것으로. 두부 맑은탕, 주재료는 두부와 다시마가 전부다. 밥 짓기는 자신있다. 벌써 16년째니까.
배는 고픈데, 이 요리가 시간이 제법 소요된다. 일단, 큼직한 다시마를 찬물에 1시간동안 넣어둬야한다. 그 사이 나는 쌀을 씻고, 양념장을 만든다. 요리를 해볼수록 시간을 분배하는 감이 생긴다.
1시간 후, 두부를 먹기 좋게 썰어 다시마가 든 뚝배기에 넣고, 중불로 끓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지켜보다가 불이 끓기 직전에 불을 약불로 줄여 한들한들 움직이는 두부의 춤을 2분정도 지켜본다. 그래야 제일 맛있단다. 책에서. 뚝배기라 그런지 끓는데 한참이 걸렸다.
맛있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그대로 맛있다. 양념장을 올리니 또 맛있다. 하나 남은 두부를 다 먹기까지 뜨끈한 상태가 유지됐다. 뚝배기에 끓이길 잘했다. 오래 기다린만큼 또 오래도록 식지 않는다. 두부를 다 먹을때쯤 요리에 넣으려고 산 경주법주가 생각났다.
한 잔만. 향긋하니, 두부와 매우 잘 어울린다. 술에서 바나나향이 나는 듯 하다. 이거 몸도 맘도 시린 날 해 먹으면 좋을 요리다.
2018.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