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양배추 버섯 베이컨 수프와 양꼬치?
공연이 끝난 다음날, 커피 맛이 좋다. 오늘은 자체 휴식일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를 한 잔 하고, 부엌 수납장에 꽂혀 있는 요리책을 펼친다. 핸드폰을 보니 섭외 문자가 와 있다.
요리책을 뒤적이다 양배추 버섯 베이컨 스프로 아침 메뉴를 정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이다. 수프는 간단하지만, 뭔가 어려워보이는 메뉴다. 하지만, 몇몇 채소와 우유만 있으면 누구든 거뜬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그래도 수프만큼 아침으로 든든한 것도 없다.
냄비에 채소를 볶고 우유와 물을 적당히 넣으면, 처음에는 이게 수프가 될까 싶지만, 천천히 저으면서 끓이다보면 점점 수프다워진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후추, 치즈, 파슬리 등을 위에 뿌리면 근사한 아침이 된다.
지난 밤에는 제레미 사장님과 양꼬치(읍내 소재 기똥찬 양꼬치집)를 먹었다. 사장님은 소싯적에는 30꼬치 씩은 기본으로 먹을 수 있었다고 했다. 나도 양꼬치를 제법 좋아하는 편인데, 사실 몇 꼬치나 먹었는지 세어볼 때 쯤이면 늘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내 양량(양꼬치 흡입 가능량)을 파악하고 있진 못했다.
진지한 이야기를 눈치보지 않고 할 수 있는 대화 상대는 흔치 않고, 또 어색함을 비집고 두 사람이 마주해야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 친구가 생기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 그런 성정을 가진 분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내 주변에는 제법 많다. 나는 관계에 서툰 편인데)은 언제나 고맙고 뿌듯한 일이다. 여러모로 기똥찬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