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음악 일기 / 뉴욕 / 2014.9.5 망원

by 전찬준

어차피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다. 또 맑다가 흐린 날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오늘은 맑구나, 오늘은 흐리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사실 바쁘지도 않지만, 뭔가 바쁜 듯이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삶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침으로 토스트에 딸기잼을 발라먹고, 바나나 하나를 챙겨 길을 나선다. 볼에 와닿는 선선한 공기의 감촉이 밤 사이 잠들어 있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운다. 바나나의 부드러운 달콤함. 뉴욕 거리 어디에나 있는 큼지막한 쓰레기통에 바나나 껍질을 던져 넣는다.

지하철에서 나오미를 만났다. 나오미는 홈스테이에서 옆방을 쓰던 일본 여자다. 알고보니 그녀도 서니사이드로 이사를 온 것이다. 서로 별로 할 얘기가 없어, 간단히 안부 인사를 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7 트레인은 어느 구간에서는 지상으로 달리기도 하는데, 멍하니 지하철 문에 기대 서서 창밖을 바라보기 좋았다. 뉴욕 배경의 영화들에서는 종종, 주인공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건너편 아파트 창으로 남녀가 섹스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러한 광경을 목격하지는 못했다.


스킨십에 대한 오해도 풀렸다. 한국의 대학가나 젊음의 거리(?)에서는 종종 횡단보도에 서서, 주변을 당혹스럽게 하는 진한 스킨십을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그런 친구들 중 하나였다.


그것이 왠지 나의 억눌린 자유(?)를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서양 영화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 신경 쓰지 않고 그러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실제 뉴욕 횡단보도에서는 그런 애정행각을 거의, 아니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지금껏 본 드라마나 영화에 따르면, 뉴욕 어딜 가나 그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어느 날, 어학원 강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 나라의 드라마는 몇 퍼센트 정도 현실과 닮아있느냐?"

학생들의 대답은 10% 내외였다.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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