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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Mar 12. 2024

퍼포먼스

음악 일기 / 뉴욕 / 2014.10.8

제주에서 만난 히로를 홍대에서 다시 만났고, 같이 금붕어 식당에 갔다. 거기서 우연히 다나와 안드레스, 진영을 만났다. 모두 제주가 맺어준 인연이다.


뉴욕에서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3월이 왔다. 나는 김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집 근처 한인 교회에 갔다. 어떤 환대가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블리커 스트릿을 지나 일터로 향한다. 전설의 블루노트를 지난다. 도로 위 눈은 말 그대로 눈 녹듯이 사라졌다. 교회에서 만난, 자신을 성표 홍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에게 유진 박 콘서트 티켓을 받았다. 공연장소를 보니, 블루노트 앞의 village underground라는 클럽이었다. 그 후 몇 달 뒤, 존 메이어도 여기서 공연을 했다.


유진 박의 마음에 와닿지는 않지만, 기술에 입이 벌어지는 연주를 듣다 허탈해져, 공연장을 나왔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한적한 계단에 앉아, 기타를 퉁긴다. 술에 취한 노숙자가 다가오더니, 기타를 잠깐 쳐봐도 되냐고 물어본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영혼을 울리는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을 내심 기대했지만, 노숙자는 기타를 몇 번 튕겨보더니, 그냥 한 번 쳐보고 싶었다고, 나의 자비에 감사한다며 합장을 하고 멀어져 갔다. 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쓸쓸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동네 피자집에서 페퍼로니 피자 한판을 샀다. 콜라 1.5리터도 같이. 왠지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혼의 허기를 육체의 포만감으로 채워보려고.


3월은 봄을 맞이하는 시기라 여기저기 공연들이 많았다. 길버트가 뉴욕대학에서 하는 시공간 퍼포먼스에 나를 초대했다.


뉴욕대학 내부에는 처음 들어가봤다. 어느 자그마한 강당에 다다른다. 눈앞에서 7,8명의 댄서들이 즉흥적인 춤사위를 벌였고, 그 주위로 삼면에 스크린이 세워져 있다. 첫번째 스크린에서는 뉴올리언스의 밴드가 재즈를 연주하고 있었고, 두번째 스크린에는 이진법의 컴퓨터 부호들이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끊임없이 쓸고 지나갔다. 마지막 스크린 속 한국의 카이스트에서는 한복을 입은 화가가 이 모든 상황에 즉흥적으로 영감을 받아 무언가를 붓으로 그렸다. 시공간을 초월한 합작 퍼포먼스였다.


그럴듯해 보였지만, 왠지 나는 다시 허탈해졌고, 머릿속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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