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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Mar 24. 2024

산책, 짜뚜작, 노래

음악 일기 / 방콕 / 2014.11.2

늘 그런 식이었다. 제주도에서도 그렇고, 태국에서도. 너무나 뜨거운 열망은 며칠간 스쿠터만 타고 앞으로 달리게 했고, 지칠 때까지 걷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면,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리고,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카오산 일대를 잔잔히 산책한다. 이제는 풍경들이 친숙해졌고, 생각 없이 걸을 수 있다. 그러다 마음을 끄는 음악 소리가 들리면,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기도 한다. 사원 안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와 한동안 이야기도 한다. 그래도 시간은 아직 8시 정도다. 배가 좀 고파지면, 쌀국수 한 그릇을 사 먹고, 달콤한 타이 아이스티를 큰 사이즈로 마신다. 얼마나 먹고 싶었던가. 연유의 끈적함과 달콤한 그 목 넘김. 그래봐야 60밧 정도.


짜뚜작 시장에 사람들과 돈을 모아 택시를 타고 갔다. 맘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그때 사야 한다. 다시 찾아가기에는 짜뚜짝 시장은 너무 크다. 집으로 향하던 중, 사람들은 담배를 피기로 했고, 나는 혼자 기다리기 뭐해, 골목골목을 좀 더 돌아보다, 그림들이 걸려있는 골목 사이에 위치한 카페 베이케이션을 발견했다. 다들 더위에 지쳐있었고, 우리는 3,4평 남짓한 카페에 들어가 각자 음료를 시켰다. 이야기 여행이 시작되었고, 옆 테이블의 사람들은 자꾸만 바뀌었다. 그리고, 쌩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타이여자가 탄산수와 함께 홀짝홀짝 마시는 모습이 너무 그럴듯해 보여, 돈을 모아 한 병을 주문했다. 한잔씩 마시고, 담배를 빌려 하나 태우고, 택시 기사와 흥정해 다시 카오산으로.


몸을 씻고 나왔는데, 어느덧 어둠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홍익인간의 마루로 나와 의자에 걸터앉아, 바나나 나뭇잎 위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비를 바라본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노래하며 앉아있어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노래하며

노래하며

노래하며

노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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