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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Mar 25. 2024

치앙마이와 업

음악 일기 / 치앙마이 / 2014.11.4

여행을 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짐이 거의 없는 사람, 가볍게 크로스백 하나 걸친 사람, 낑낑대며 캐리어에 집채만 한 배낭까지 등에 멘 사람.


나이트 버스를 예약하고, 시간을 맞춰 ddm에 갔다. 가이드는 ddm을 시작으로 몇몇 게스트하우스를 돌며 여행객을 소집했다. '치앙마이! 치앙마이!'


버스의 좌석은 사진에서 본 것보다 훨씬 작았으며, 몸집이 큰 사람은 거의 몸을 구겨 넣어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500밧에 치앙마이가 어딘가. 중간에 휴게소(7 일레븐)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해 아침 7시 반쯤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전날 9시 반에 출발한 버스였다.


몽롱한 상태에서 다시 빨간색 썽태우에 몸을 실었다. 타패 게이트에 내려 게스트하우스를 물색했고, 문무앙 소이 6에 100밧짜리 도미토리를 구했다.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방콕보다 더 쾌적했다. 공기 중의 습기가 방콕보다 덜했다. 짐을 대충 풀고, 눈에 보이는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꾸어이띠아우 한 그릇을 먹었다. 북부의 음식이 좀 더 깔끔한 느낌이었다.


한숨 자고, 게스트하우스에서 40밧에 싱글기어 자전거를 빌려, 발길 닿는 곳으로 페달을 저어갔다. 방콕에서는 자전거 탈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치앙마이는 그보다는 도로가 한적하다. 랏차만카 길에서 흐언펜이라는 식당에 들어가 북부식 카레와 밥을 시켰다. 놀랍게도 선지해장국 같은 것이 나왔으며, 실제로 선지가 들어 있었다.


다시 자전거를 탄다.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탄 할배의 뒷모습과 만났다. 그 뒷모습이 너무 여유롭고 아름다워 보여, 한참이고 뒤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쑤언덕문 근처 샛강변에 앉아 조용히 몇 자 적고 있다.


갑자기 내 앞에서 모녀가 탄 스쿠터가 쓰러졌다. 저런... 그러나 모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게 일상이라는 듯이 일어나 스쿠터를 몰고 눈앞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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