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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Mar 26. 2024

풍등을 띄울 필요가 있을까?

음악 일기 / 치앙마이 / 2014.11.5

쌈쎈 로드의 벨라벨라 리버뷰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오는 길에 할머니가 솥단지에 죽을 끓이는 게 보여, 20밧 주고 배를 채운 적이 있었다. 나는 한국식 하얀 죽과 매우 비슷한 그 음식의 이름이 궁금했고, 할머니께 물어보자 '죽'이라고 대답했다.


오늘은 루이 끄라똥의 전날로 이삥 축제가 있다. 이스라엘에서 온 조아와 게스트하우스 주인 스트로베리가 강에 띄울 끄라통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 가만히 앉아 지켜봤다. 자연스럽게 각국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는 쌈쎈에서 먹은 죽을 한국에서도 죽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사람들은 내가 죽이라고 하자 숩이라고 알아들었고, 나는 몇 번이나 반복하고, 죽에 대해 설명하자 그제야 '조옥'이라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웃긴진 모르겠지만, 나도 깔깔 거리며 죽죽 거렸다.


오늘은 비가 오후부터 계속 내린다. 북부라 그런지 밤날씨가 쌀쌀하다. 외투를 걸치고 마당에 나와 앉아있는 나에게 똥은 태국 꿀을 권한다. 나는 따뜻한 물과 함께 꿀차를 마셨고, 향긋한 꿀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을 한다고 말한 나에게 연신 슈퍼스타, 수퍼스타를 연발하며, 스트로베리는 레몬을 건넨다. 그리고, 손수 맛을 보고, 꿀의 농도를 맞춰 준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치앙마이의 비 오는 밤이다.


풍등을 띄울 필요가 있을까?


여전히 밖에는 비가 내린다.

똥과 스트로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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