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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Mar 29. 2024

치앙마이 문무앙 소이의 사람들2

음악 일기 / 치앙마이 / 2014. 11. 7

일본인들은 세계 각지에 자신들의 흔적을 어떤 식으로든 잘 남겨 놓는다. 그럴듯하게, 그리고 또 비싸게. 현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일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어딜 가나 세상이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놓았다. 그 속에는 가끔 너무나 폭력적인 것들이 숨어 있으며, 사람들은 때론 폭력적인 것에 매료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과 전통은 이들을 좀 더 관대한 시선으로 포용한다. 자신의 팔 하나쯤은 기꺼이 내어 주면서까지.


일본인이 차려 놓은 옷가게를 둘러본다. 주인은 어제 온 나를 기억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현지에서 옷을 만들며, 방콕에 가게 두 개를 더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점원 키요시는 나의 국적을 물었으며, 악수를 청하더니 가격표를 보고 있는 나에게 한국인이니 깎아주겠다고 했다. 친구 나라 한국. 민소매는 250밧, 바지는 690밧.


자, 여기서 물가를 한 번 생각해 보자. 한국돈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30밧은 한국돈으로 천 원 정도. 민소매와 바지를 합한 옷 값이 940밧. 한국돈으로 3만 천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니, 적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편의점(대부분이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물이 7밧, 길에서 먹는 쌀국수 한 그릇은 30밧에서 50밧 사이. 길에서 먹는 타이 밀크티는 25밧 정도. 이제 좀 감을 잡아 보면, 한국에서 삼다수를 700원 정도에 살 수 있고, 김밥천국에서 라면 한 그릇을 3천 원 정도에 먹을 수 있고, 거리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2천 오백 원에 마실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10밧이 현지 체감 물가로는 1,000원 정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 이제 다시 일본 가게의 옷값을 생각해 보자, 940밧은 현지 체감 물가로는 9만 4천 원 정도 한다. 아직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녹이 말해준 현지 공무원들의 한 달 월급은 12,000밧 정도. 일본 가게에서 민소매와 반바지 12벌을 사게 되면, 한 달 월급을 다 써 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어제 옷가게에 옷을 사러 온 수많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오, 세계각국의 부유한 여행자들이여!


현지 느낌으로 쇼핑 없이 치앙마이에서 하루를 사는데 드는 합리적인 최소비용을 생각해 보면, 도미토리 방값 100밧(싱글룸 150밧, 잘만 구하면), 식사 세끼 150밧(끼다 50밧, 제법 괜찮은 현지 음식), 중간에 꼬치나 타이 티 군것질 50밧을 합하면 300밧 정도가 된다.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결론적으로, 이동비용을 제외하면, 30만 원이면 한 달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가계부를 적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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