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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Apr 12. 2024

빠이2, 녹과 카타리나

음악 일기 / 빠이 / 2014. 11. 11

목적지가 있으면, 괜히 빨리가게 된다. 어떤 때는 목적지가 없는게 더 나을 때도 있다. 여행에는 로맨스가 빠질 수 없다. 나의 로맨스이든, 내 친구의 로맨스이든 그렇게 여행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녹은 치앙마이에서 커피숍을 한다. 원래는 사진가였고, 커피숍은 내가 묵던 보스 게스트하우스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매일 녹의 커피를 마시러 갔다. 커피는 맛이 없었지만, 녹이 좋았다. 그리고 마침내 녹의 뜨거운 타이티가 일품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띠라는 나를 너무나 잘 따르는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녹이 만들어준 타이티를 마시며, 기타를 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많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카타리나는 독일에서 온 친구였고, 평온한 품성에 예술 작품에 관심이 많았고, 음악쪽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했다. 대학에서는 소셜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있었고, 올해로 서른을 맞이할 계획이었다. 나는 카타리나와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타바코를 나눠 피웠다.


녹 녀석은 내가 갈때마다, 너 카타리나 좋아하지라고 물었고, 나는 그때마다, 나는 너도 좋아하고, 카타리나도 좋아해 우린 다 똑같은 친구잖아라고 답했다. 녀석의 꿍꿍이도 모르고, 괜히 녹은 기분좋게 웃곤 했다.


아무튼 카타리나는 나보다 먼저 빠이로 떠났고, amy's earth house에 묵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빠이로 오기 전날 밤, 녹과 이야기하다 녹은 본인의 마음을 내게 전했다. 카타리나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하지만 그녀는 독일 사람, 나는 타이 사람. 잇츠 임파서블, 임파서블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나는 임파서블 이즈 나띵이라며, 당장 편지를 적으라고 말했다. 


사랑을 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다. 

꼭 뭔가 이루어지길 바래서 그런건 아니다. 

그냥 말하는 것 그것만으로 족하다.


라는 설교를 하며, 나는 녹을 부추겼다. 녹은 다음날 편지를 써 오겠다고 했고,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갔다.


다음날, 녹은 편지를 써오지 않았고, 이메일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메일 따위는 로맨틱하지 않으니 당장 편지를 적으라고 하고 세븐일레븐에 소다수를 사러갔다. 소다수를 사러 간 나를 빠이행 벤이 태우러 왔고, 나는 엉겁결에 차에 올랐다. 벤이 일본인을 태우려고 한 게스트하우스에 들렀을 때, 나는 잠깐이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녹에게 달려가서 편지를 전해 받았다. 그리고 약속했다. 꼭 카타리나에게 전해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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