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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찬준 Apr 17. 2024

꾸어이 짭

음악 일기 / 치앙마이 / 2014. 11. 15

태국에 와서 거의 매일 꾸어이 띠아우를 먹어왔으며, 그 맛은 매번 달랐다.


아침 산책을 하고, 녹의 카페에 들렀다. 녹은 아침 먹었냐는 물음과 함께 또다시 현지 식당에 가자고 했다. 


'넌 일주일만 나랑 다니면, 현지의 괜찮은 음식들은 다 먹어볼 수 있게 될 거야.'


어차피 밥은 먹어야 했고, 이왕이면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 가보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더 유익했다. 녹은 맛있고, 저렴하고, 양 많은 곳을 좋아했으니까. 본의 아니게 녹과 함께 하는 동안, 나의 여행은 음식 여행이 되어버렸다.


녹에게 뭘 먹으러 가느냐고 묻자, '꾸어이 짭'이라고 하며, 넌 이걸 먹으면, 저녁때까지 배가 안 꺼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무앙 소이 근처 체육관을 지나, 역시 어느 골목, 식당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솥단지들이 여기저기서 끓고 있었다. 우리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식당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문은 이번에도 녹이 알아서, 종업원은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몇 분이 지나 나온 음식은 돼지 껍데기 튀김, 간, 내장, 소시지, 돈가스, 계란이 들어간 일종의 쌀국수였다. 국물은 뜨겁고 진하고, 시원한 후추 맛도 느껴졌다. 그리고, 안에 무엇을 넣을지는 선택가능했다. 녹의 그릇에는 돈가스와 소시지만이 들어 있었다. 내용물이 어찌 됐든 가격은 60밧. 


쌀국수 면이 참 특이했는데, 돌돌 말려서 뚝뚝 끊어져 있었다. 순식간에 한 그릇을 비우고, 이번에도 부른 배를 움켜쥐고 식당을 나섰다. 충만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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