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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병기 May 02. 2019

<또 하나의 약속> - 사람이 존중 받는 세상

거대한 벽에 맞선 아버지의 이야기

돈의 가치보다 더 크고 깊은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 이른 바 '착한 영화' 또는 '옳은 영화'! 


포스터의 아버지와 딸의 표정만으로도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의도를 짐작케 하는 <또 하나의 약속> 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거대 재벌 기업과의 법정 다툼을 그렸습니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앞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거대한 조직의 나사 하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존재했던 한 노동자의 아픔과 희생을 먼저 기리겠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 상업영화의 투자와 배급 방식이 아닌 오로지 크라우드 펀딩(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투자금액을 모금)과 개인투자금으로 영화의 제작비를 마련한 국내 최초의 영화입니다. 본 영화의 원래 제목은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이자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재벌 기업의 광고 카피였던 <또 하나의 가족>이었으나 여러 현실적인 문제 및 어른들의 사정(?)으로 살짝 변경되었습니다. 변경되었지만 모 재벌 기업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영어 제목은 여전히 <Another Family> 거든요. 


'마법의 성'이라는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심금을 울렸던 바로 그 기업 이미지 광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했지만 그 가족이 당신이라고는 안 했다.
법망의 테두리를 벗어나 기업을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비리를 감추기 위해 자사의 장학 프로그램 등 돈으로 결탁된 정치 권력과 사법부 인사들이 바로 그들의 또 다른 가족이 아니었을까.


중앙일보 계열사인 메가박스는 24개관에서 3개관으로 상영관을 갑자기 축소하는 해프닝이 있었고 롯데 시네마는 상영 축소 의혹과 외압 논란으로 참여 연대 등의 고발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보도를 일체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영화에서는 이 영화의 누적 관객수를 업데이트 하지 않았습니다. 


본 영화의 감독인 김태윤 감독은 2013년 이 영화로 거대한 폭력에 대항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연출한 영화를 보여주더니 이후 역시 누명을 쓰고 공권력의 폭력에 무려 10년을 감옥살이한 약자의 실화를 재구성한 <재심>이라는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저예산 영화다보니 엑스트라들도 계속해서 돌려쓰고 배우들은 노개런티로 출연했으며 주연 배우인 박철민은 영화가 70만을 넘으면 러닝 개런티만을 받는 조건이었는데, 해당 개런티도 모두 기부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배우 박철민은 주로 코믹 감초 역할로 그 연기력을 인정 받았으나 이영화로 무겁고 굵직한 주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저 아버지의 표정... 역시 박철민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원래 웃고 있어도 페이소스가 묻어 있는 타고난 얼굴과 표정을 가진 것 같네요. 

(그냥 쉽게 이야기하면 울상이다.)

저 짤방은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배우로서 연기가 아닌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둔 한 아들의 현실에서 슬픔을 주는 것이 어찌 좀 이상하게 보이긴 하지만 저 짤의 '달콤쌉싸름한 광대' 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학 새절 열혈 운동권이었으며 중앙대 단과대 학생회장을 거쳐 총학생회장(권한대행)까지 오른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에도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 같은 재야단체의 집회의 명사회자로 이름을 날렸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을 할 줄 아는 배우, 그래서 노개런티로 이 영화에 출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때로 영화 같은 믿기지 않는 현실을 목격하며 차라리 영화가 더 현실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영화 속, 피해자에게 고압적인 판사의 언행과 사측의 입장과 논리를 방어하는 법정 분위기보다 오히려 영화 개봉 이후 현실의 모습들이 우리에게 더 절실히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유미씨는 2003년 모 기업의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여 1년 8개월 간 일을 하다가 2005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07년 스무살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영화가 나왔던 2013년 당시에는 끝까지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측과 가족을 잃은 피해자측이 지난한 법정 다툼을 하면서 협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2018년 결국 상호가 중재안을 서로 받아들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11년 동안의 힘든 투쟁과 뜨거운 눈물이 있었겠지요. 그것 또한 피해 당사자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 영화에 보여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성원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돈이 아닌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권의 개선이 황유미씨가 세상을 떠난지 11년 만에 느린 걸음으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많은 이들의 응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깨알같이 박혀 있다.


최근 바다에서 일어난 큰 사고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그 희생자 유족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목격하였습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이 안타깝게도 사고로 희생되는 모습을 지켜 본다는 것은 남은 자들에게도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소중한 내 가족을 잃은 슬픔을 돈으로 회유하려는 이 사회와 기업의 압박으로 인해 갈등을 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사랑하는 내 핏줄의 죽음을 밝혀내어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지만 '이미 죽은 사람은 어쩌겠나?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 같은 권유와 함께 내 핏줄의 생명과 평생의 상처를 돈으로 거래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결국 나약한 인간인지라 현실적 욕심에 망자에 대한 죄책감, 미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돈 얼마에 외면하며 적당히 타협을 고민하는 것,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이보다 더 비참하고 잔인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또, 가족의 피 묻은 돈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배우 박철민은 무표정인데도 억울해보인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은 비현실적이고 압도적인 힘으로 적들을 제압하여 딸을 구합니다. 이 영화 속에는 그저 일과 가족 밖에 모르는 힘 없는 우리네 평범한 아버지가 절대 넘지 못할 거대한 벽 앞에 속수무책 서 있습니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떠밀려 넘어지고 쓰러져 나뒹굴어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딸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그것이 리암 니슨과 다른 딸을 사랑하는 그의 방식이죠.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정 기업을 비난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경제 논리에 매몰되어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폄하하는 세태와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천박한 물질 만능주의, 그리고 이와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그들에게 관심과 애정으로 응원을 보내는 것이 피해자들과 미래의 우리를 위한 길일 것입니다. 사람이 존중 받는 세상을 꿈꾸면서요.


그녀의 눈에 서린 눈물 닦아줄 수 있기를.

<끝>


<또 하나의 약속 - 거대한 벽에 맞선 아버지의 이야기>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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