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살아있다는 증거
소설가 "김애란"의 원작 소설로 소설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영화, 16살 조로증에 걸린 소년과 몹시 아름다운 34살의 부모의 한 폭의 아련한 동화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가여운 이야기라고 울지 마세요. 몹시도 아름다운 세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서글프게 빛나는 이야기를 느껴보시길.
하나, 아름다운, 몹시도 아름다운
조각남의 대명사 장동건
꽃미남의 대명사 원빈
미소년의 대명사 강동원
나는 그들과 손가락이 닮았네.
손가락 개수만.
나는 그들과 코가 닮았네.
동그란 콧구멍만.
극장 안을 수산 시장으로 만들고
남친을 오징어로 만드는
그들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 최종병기 <부러워> 中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 81년생 송혜교는 영화 속 여고생으로도 손색이 없는 외모를 뽐냅니다. 마치 <벤자민 혜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랄까? 귀여운 외모에 정당한 세금만 잊지 않았다면 더 좋을 뻔 했겠지만. 지나치게 아름다워 비현실적인 두 젊은 부부와 마치 <소나기>를 보는 듯한 둘의 그 여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풋풋한 그들의 10대 시절 사랑을 만나는 것도.
둘, 부모의 마음이란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조로증으로 죽음을 앞둔 16세 소년이 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조로증으로 신음하는 소년,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방송보면서도 내 자식 걱정이 먼저더라. 대수야... 고생이 많다."
아버지를 찾아간 대수(강동원 분)에게 손자보다 당신 아들이 더 걱정이라며 덤덤한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된 대수도 그 시린 마음을 아는지 눈물을 흘립니다. 부모의 마음 그리고 자식된 도리, 그 돌고 도는 끝없는 고리.
셋, 경외로 가득찬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 中
그저 살고 있는 생명 그 자체로도 아름답습니다.
경외로 가득찬 세상의 아름다움을 익숙함이 가려 느끼기가 힘듭니다.
고개 들어 바라보는 높은 하늘도,
추운 겨울의 싸하게 얼어 붙은 공기의 느낌도
꺄르르 웃는 순수한 아가의 웃음도.
소년은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노안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반짝이는 밤하늘과 떨어지는 별똥별,
그리고 아빠의 얼굴이 내가 이 세상에서 본 마지막 것이 되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것만 보았네요. 특히 아빠의 얼굴.
넷, 그들을 바라보는 잔인한 세상
TV 다큐로 조로증 걸린 소년과 그들을 돌보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연을 통해 시청률에 목 죄고 방송을 강요하는 방송사 PD.
소년의 사연을 영화화하기 위해 꾸민 사랑으로 순수한 영혼에 상채기를 입히는 시나리오 작가.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하지만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에 미치니 미안해집니다. 슬퍼집니다.
다섯, 청춘/젊음의 뜨거운 사랑
누구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춘 시절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 소중한 시간을 충혈된 눈으로 외어야만 하는 무거운 공식과 꽉 막힌 교실에서 보내게 되지요. 그 좋은 시절, 한 철 여름 뜨거운 사랑으로 그들은 태권도 국가 대표의 꿈과 멋진 가수의 꿈을 버립니다.
젊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저들은 몰라.
그리고, 모르는 것이 또 하나 있지.
앞으로 늙을 일만 남았다는 것.
"아빠, 엄마, 젊다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조로증으로 한 번도 젊음이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한 소년, 역설적이게도 그 소년을 이 세상에 내뱉은 것도 바로 아름다운 젊은 청춘. 그 젊음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느껴보세요. 한 번도 나의 싱싱한 젊음을 돌아본 적 없고 감사한 적 없는 나를 반성합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은근한 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도 있지만 청춘의 사랑만큼 달콤하고 가슴 설레이는 것은 없을테죠. 물론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사랑이죠.
여섯, 소년의 마지막 선물
17살의 여름 한 철 뜨거운 사랑으로 낳은 자식, 그리고 이제 34살이 된 그들보다 더 어른스러운 한 소년이 바람이 불던 날 짙은 녹음의 숲에서 만난 17살 두 젊음의 사랑을,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포기한 청춘을 글로나마 돌려줍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수면위로 잔물결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무수히 많은 잔주름을 드러내며 처량하게 웃는 누군가의 얼굴 같았다."
죽음을 기다리는 하릴 없이 긴 하루, 하지만 찰나와 같이 지나간 짧은 삶과 젊음. 이 무서울 정도로 큰 간격, 그 틈 속에서 소년은 눈이 부신 아름다운 부부에게 영원히 간직될 주름진 처량한 기쁨을 선물합니다. 짧은 순간에 집중하고, 그 집중한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는 법 또한.
일곱, 하고 싶은 거 하기.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머야
신해철,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中
"어차피 죽을 거. 내가 지금까지 엄마 아빠 말 안 들은 적 있어요.
그냥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데.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이거라구요 이거.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최종병기 어무이에게 묻습니다.
엄마.
왜?
엄마 내 나이에 뭐했어?
얌마, 너 초등학교 들어갔다.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잠시 들렀다 가는 인생, 위에 천상병 님은 소풍 다녀왔다고 표현했나요? 특히나 소년에게는 찰나와 같은 젊음, 잠시 왔다 가는 소년의 외침. 지금 하고 싶은 것 그거.
여덟, 울지 마세요.
신파 스토리에 눈물 흘리지는 마세요.
"바람은 아무것도 아닐리 없는 그들의 사연을 알아차린 듯 대수와 미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때 우리는 그걸 원했어. 그 때 우리는 그게 필요했어. 우리는 그게 몹시 좋았어.
바야흐로 진짜 여름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아직 젊은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 소년은 영원히 눈을 감습니다.
"은하수는 밤에 지상과 천국을 이어주는 통로로 알려져 있대.
그리고 그 은하수 끝에는 죽은 애들이 사는 나라가 있대.
거기서 엄마랑 아빠랑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그럴리 없겠지?"
밤하늘의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은 밤에도, 낮에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다만 눈부신 태양 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 거라고. 소중한 것은 항상 그 자리에 우리를 지키고 있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냥 영화 마지막까지 흐뭇하게 보기. 새로운 것에 축하하기.
아홉, 두근두근
두근두근 : [부사] 몹시 놀라거나 불안하여 자꾸 가슴이 뛰는 모양.
기억 속 저편 어린 시절
처음으로 푸른 바다를 보았을 때의 놀라움.
높은 산에서 바라보던 드넓은 세상,
그리고 보잘 것 없는 나를 보며 느끼던 겸손..
밤하늘 빛나는 별들, 푸른 하늘을 스치는 구름,
아름다워 서러운 붉은 석양.
복잡한 시장통 엄마 손 놓칠까
자꾸 고개 들어 엄마 얼굴 확인하던 불안함.
모든 이는 죽는다는 사실에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고개 젓던 불안함.
아름다운 세상,
보고픈 사람 볼 수 없단 생각에 엄습한 불안함.
두
근 두 근
<두근두근 내 인생 - 두근두근, 살아 있다는 증거> written by 최종병기, ⓒ 최종병기
병맛나는 삼류 쌈마이 글, 자유롭게 퍼가셔도 좋지만 출처는 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