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166일차>
“오늘 바다 보러 갈까”
“와, 엄마! 아빠가 바다 보러 가재요”
며칠 전 아내가 이번 주에도 또 집에만 있어야 되냐고 했었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숙소로 방을 잡고 놀러가기도 두려웠다. 몇 주째 방콕만 했지만 이번 주는 어디든 가고 싶었다.
휴대폰으로 검색 중 전에 갔던 영종도 마시안 해변이 떠올랐다. 갯벌 체험을 가는 도중 보았던 칼국수 맛 집이 떠올랐다.
‘그래, 여기 가야 겠다’
영종도가 집에서 먼 거리는 아니었다. 티 맵으로 찍어보니 45분 정도면 도착이었다. 서둘러서 챙길 필요는 없었다. 덕분에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거실에서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11시 50분, 아내와 아이들을 태우고 영종도로 출발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았다. 영종도로 가는 길은 전혀 막히지 않고 도로가 넓고 한산했다. 마음도 같이 넓어진 느낌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칼국수 집, 주차를 하고 대기표를 받아드니 대기번호 77번이었다. 77명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20~30명은 되어 보였다. 칼국수 집 내부는 넓었고 음식 특성 상 사람들이 오래 먹을 음식들은 아니어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고 자리를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주문한지 10분 넓은 대야 같은 그릇에 해물 칼국수 3인분이 나왔다. 새우, 조개 같은 해산물이 칼국수와 함께 한 트럭 담겨 있었다. 아침을 빵으로 대충 때운 우리 가족은 폭풍처럼 칼국수를 흡입했다.
“윽 이게 머야 돌이자나”
내가 덜어서 먹고 있는 칼국수 그릇 안에 큰 돌이 하나 있었다. 다행히 입 안으로 들어가 씹지 않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가 상했을 수도 있었다. 진상이 되기는 싫었지만 음식점에 알려는 줘야 주의를 할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말해 봤자 일 것 같아서 카운터로 가서 얘기해 주었다. 카운터에 있는 남자 분이 죄송하다며 만원을 빼준다고 했다. 감사하게 결제를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역시 모든지 말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변화도 없다.
칼국수를 먹고 나와 저번에 갔던 ‘마시안 제빵소’로 갔다. 역시 사람들은 많았고 사람들을 피해 건물 외부에 있는 테라스로 갔다. 바닐라 라떼와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사서 앉았다. 배가 불러 빵은 사지 않았다.
동해 바다만큼 넘실대는 파도,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바다 대신 갯벌이 우릴 맞이했다. 그래도 바다 바람을 맞으며 테라스 의자에 앉아 있으니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가족들과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맛있게 음료를 먹었다.
이래서 사람들은 바다에 온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파도와 함께 고민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세상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바다를 쳐다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져서 일까?
“왜 언니만 먹고 싶은 사탕 줘?”
집에 가는 길, 사탕을 먹고 싶다고 하여 근처 편의점에서 딸기 사탕 2개를 샀는데 같은 맛이 아니었다보다. 둘째 행복이는 언니 사탕이 더 맛있어 보인다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 딸아.. 제발’
결국 집에 가서 초코 아이스크림을 준다는 말로 달래자 차에서 잠이 들었다.
첫째 사랑이도 한 참 떠들다가 잠이 들었는데 사랑이는 어릴 적부터 입을 벌리고 잠을 자고 행복이는 입을 다물고 잔다. 같은 자매라도 이리 다르다. 입 벌리고 자는 것은 좋지 않은데, 잠을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입을 다물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제주도 가고 싶다”
사랑이는 차 안에서 계속 제주도 노래를 불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이 시국에 몇 일 동안 놀러다니기가 불안했다. 좀 잠잠해지면 가자 딸아. 제주도 아빠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