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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가자

<육아휴직 167일차>

by 허공

어제는 애들 엄마가 당직이었던 날, 아이들은 아침부터 할머니 집에 간다고 난리였다.

“아빠, 할머니 집”

“알았어, 밥 잘 먹고 가는 거야.”

“네”

대답은 잘했지만 아이들의 행동은 아니었다. 아침 9시 30분경 차려준 계란 볶음밥, 첫째 사랑이는 그래도 30분 만에 먹었지만 둘째 행복이는 무려 1시간 30분에 걸쳐 밥을 먹었다.

“사랑아, 너 너무 심한 거 아니니? 할머니네 못가겠다”

“아니야아아아아”

행복이는 소리를 지르며 할머니의 집으로 가겠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원래는 아침을 먹고 어머니네 집에 가려고 했으나 점심을 먹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짜장면 노래를 불러서 점심에는 짜파게티를 끓어주었다.

“아빠!”

행복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보였다.

“맛있어? 니네 좋아하는 건 10분 만에 먹네?”

그랬다. 아이들은 아침밥을 먹는 데는 1시간 30분이 걸리면서 짜파게티는 10분 만에 먹었다.

행복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사랑이는 퀵보드를 타고 어머니네 집으로 출발했다. 10분 거리에 있는 집이라 부담은 없었다.

“와 물놀이 하고 있네”

어머니네 아파트에는 분수가 나오는 물 놀이터가 있었다. 코로나 시기라 운영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물이 나오고 있었다. 7~8명 정도의 아이들이 수영복이나 우의를 입고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바로 물로 들어가고 싶어 했지만 곧 분수가 나오는 시간이 끝나는 시간이 되어 우선 어머니네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어서 와라 사랑이 행복이”

어머니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할머니네 집에 가자마자 아이들은 집에 간 듯이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바로 쇼파로 가서 앉았다.

“TV틀어줘!”

우리 집에 TV가 없기 때문에 할머니네 집만 가면 어린이 프로를 보려고 한다.


1시간 30분 동안 어린이 프로를 실컷 보고 다시 물 놀이터에 분수가 나올 시간이 다 되었다.

“얘들아, 물놀이 하러 나가자”

“네!”

수영복이나 우의를 챙겨 왔으면 좋았겠지만 혹시 운영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갈아입을 옷만 들어왔었다. 어쨌든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나갔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분수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곧 다른 친구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물에 뛰어들었다.


“아빠, 나 좀 봐”

사랑이는 용감하게 분수에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라며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였다.

“아빠랑 같이 물에 들어 갈래”

“행복아, 아빠는 갈아 입을 옷이 없어서 안 돼, 언니랑 같이 들어가야 해”

“엇, 나리다”

사랑이의 어린이 집 친구가 남동생과 함께 물 놀이터에 온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애들 할머니 댁에 놀러왔다 봐요”

“네, 맞아요”

“얘들아, 같이 놀으렴”

아이들은 서로 물총을 쏘고 신나게 놀았다. 역시 아이들은 물놀이가 최고다.

어느 덧 분수가 나오는 30분이 모두 지났다. 이제 30분 동안 휴식이기에 그냥 어머니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생쥐 꼴이 된 아이들을 화장실에 들어가게 한 뒤 목욕을 시켰다. 기분 좋게 목욕을 시킨 뒤 어머니가 해주신 저녁밥을 맛있게 먹였다. 수영장을 가거나 바다를 가소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날로 심해지는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다. 어쨌든 가까운 곳에 이렇게나마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다행이다. 얘들아 다음에 또 물놀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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