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168일차>
“와 비 온다”
어제 저녁은 오랜 만에 비가 내렸다. 하루 종일 내리는 폭우는 아니었지만 잠시 동안이나마 더위를 시켜주는 소나기였다.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인생에서도 그렇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가끔씩 일상의 변화는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오늘 저녁은 뭐먹지?”
“음 비도 오는데 순대국이나 먹을까?”
“좋아!”
비가 오자 갑자기 순대국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휴직을 하기 전 자주 가던 순대국 가게가 떠올랐다. 인터넷으로 검색 후 전화를 했다.
“순대국 2인분 포장 부탁합니다.”
“네, 조리는 집에서 해서 드릴꺼죠?”
“네, 다대기는 따로 포장해 주세요”
차를 타고 10분 만에 포장을 해왔다.
“얘들아, 밥 먹자”
여느 때와 같이 식탁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려고 했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국물 맛이에요”
“하하, 그래 맛있게 먹어”
하지만 말뿐이었다. 둘째 행복이는 순대 고기를 먹고 ‘우웩’하더니 덩어리를 식탁에 뱉었고, 첫째 사랑이는 처음에 국물만 좀 먹더니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부부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갔다.
“얘들아 밥 제대로 먹어야지”
“밥을 먹지 않으면 간식은 먹을 수 없단다”
행복이가 먼저 고기를 조금 남기고 밥을 다 먹었고, 사랑이는 한참 있다가 식판을 보여주며 그만 먹어도 되냐고 계속 확인을 했다.
“간식 먹을 배는 있고 밥 먹을 배는 없니? 안 돼, 좀만 더 먹어”
예전에는 순대국을 주면 잘 먹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드니 더 안 먹는다. 어떻게 하면 잘 먹일 수 있을까? 제발 잘 먹어서 걱정이고 싶었다.
“행복아 목욕하자”
“아니, 퍼즐 좀 맞추고”
“지금 목욕해야지, 언제할 거야”
“지금 목욕을 하지 않으면 오늘 목욕은 할 수 없어?”
“응”
“응? 좋아 그럼 행복이 마음대로 해”
행복이는 요새 어린이 사춘기다. 뭐만 하자고 하면 “아니”하면서 일단 튕기고 거절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하기를 원한다.
“아빠, 나 목욕시켜 줘”
“뭐? 목욕 안 한다며, 싫어”
“아빠 목욕 할래”
“너 진짜! 내일부터는 목욕하자고 하면 바로 해야 해 알았어?”
“응.”
결국 자신도 땀범벅이 된 채 잠이 들기가 싫은 지 목욕을 시켜달라고 졸라 어쩔 수 없이 목욕을 시켰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나를 시험하는 보살들인가. 매일 매일, 순간순간이 수행이다.
드디어 제일 행복한 시간, 잠이 드는 밤이다.
“엄마, 더워요”
“그러네, 우리 사랑이 덥지? 머리에 숱이 많아서 더 더운가 보다, 머리 좀 위로 올려줄까?”
“어때? 시원하니?”
“아니요, 그래도 더워요”
아직 밤에 에어컨을 키고 잘 정도는 아니라 선풍기만 키고 잔다. 더 심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 그때는 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나 점심 어린이집에서 안 먹고 집에서 먹으면 안 돼?”
“응? 왜?”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으면 밥을 입에 물고 있어”
“뭐? 밥을 왜 안 먹어, 사랑이 너 어린이집에서 계속 밥 제대로 안 먹은 거야?”
“맛이 없어, 배가 고프면 어떻게 해요?”
“밥을 제대로 밥을 안 먹으니까 배가 고프지,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선생님이 계속 깍두기 줘”
“너 한 개씩은 먹기로 했자나”
“...”
“사랑아, 밥을 먹지 않으면 사랑이는 키도 크지 않고 건강해 질 수 없어, 코로나 바이러스에 쉽게 걸릴 수도 있고, 반찬은 다 먹지 않더라도 밥은 먹어야지”
“...”
“사랑아, 내일부터 엄마가 선생님한테 사랑이 밥 제대로 먹었나 확인할거야, 밥 잘 먹어야 해”
“응”
사랑이가 어린이 집에서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배고플 정도로 먹지 않다니, 충격이었다. 언니가 제대로 먹지 않으니 동생도 똑같이 따라한다. 둘 다 조금만 음식이 질기면 뱉어 버리고 아예 먹지를 않는다. 계속 반복이 되는 악순환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처음에는 계란도 노른자는 먹지 않고 흰자만 먹었다. 이제는 그래도 노른자의 반은 먹는다. 처음에 우유는 먹지도 않았다. 요새는 우유도 먹는다. 처음보다 나아진 면도 있다. 식습관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끝없는 인내가 필요하다. 밥 먹자 얘들아! 밥 안 먹으면 간식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