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부자 집>

육아휴직263일차

by 허공


큰 딸 사랑이는 흥이 넘친다. 작은 딸 행복이도 필을 받을 때는 언니보다 더하다. 둘이 같이 흥을 받을 때는 시너지 효과로 난리다. 우리 집은 흥 부자 집이다.


2021년 10월 24일, 아침을 빵과 우유로 간단히 먹고 사랑이가 노래를 부르던 아쿠아플라넷을 가기로 했다. 행복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사랑이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사랑이는 오랜만에 아쿠아플라넷을 가는 게 기분이 좋은지 가는 중간에 아빠 손을 잡기도 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표를 확인하여 보여주려는데 장모님께 전화가 왔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셨다. 시간이 12시쯤이었다. 오후 2시 30분에 뵙기로 했다. 전에 몇 번 왔던 곳이기에 금방 보고 갈 것 같았다.


사랑이는 들어가자마자 천천히 바다생물들을 살펴보지 않았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슥 보고 바로 앞으로 걸어갔다. 행복이와 나는 천천히 보려고 했지만 사랑이는 계속 빨리 오라며 재촉했다. 해파리, 상어, 거북이를 보다가 바로 공연을 하는 곳으로 갔다. 이미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한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남자 2명이 마술 공연을 하고 있었다. 행복이는 더 보고 싶어 했고 사랑이는 재미가 없는지 빨리 가자며 재촉을 했다.


바다코끼리를 한참 쳐다보다가 입에서 뿜는 물에 놀라 뒷걸음쳤다. 잉어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먹이를 주었다. 잉어 수백 마리가 모여서 입을 뻐끔거리며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사랑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먹이를 몇 번이나 주워 잉어들에게 주었다.

5층에 있는 ‘스카이 팜’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바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싶다고 했다. 양들은 배가 불렀는지 건초를 주어도 거의 먹지 않았다. 배가 부른 놈들은 줄 필요가 없었다. 바로 염소들에게 건초를 주러 갔다. 염소들은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큰 놈들은 작은 놈들을 몸으로 밀어 버리며 혼자 다 먹겠다고 난리를 쳤다. 옆에 있는 작은 놈은 눈을 껌뻑거리며 멀찌감치 서서 먹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도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사랑이는 사준 건초를 다 주자 밑에 떨어진 건초를 주워 계속 염소에게 주었다. 염소 밑에 똥이 떨어져 있어 줍지 말라고 해도 계속 주워서 줬다. 염소 다음은 당나귀였다. 당나귀는 건초 체험을 할 수 없다고 되어 있었다. 사랑이는 할 수 없이 바닥에 떨어진 건초만 좀 주워 당나귀에게 몇 번 던져 주었다.


“얘들아,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어?”

“응, 나는 당나귀가 똥 싸는 거”

“나는 악어”

아이들은 좀 더 놀고 싶어 했지만 외할머니와의 약속을 위해 나와야했다.


장인 장모님들 만나 뵙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전날에 밭에서 고구마를 캐신 뒤 힘들다고 하셨다. 두 분 다 얼굴이 힘들다고 말하는 듯했다. 백숙을 맛있게 먹으면서 장인 어른은 사랑이에게 몇 번 지적을 당하셨다.

“우리 엄마가 밥 먹을 때 입 벌리고 먹지 말라고 했는데”

음식을 씹을 때는 입을 닫고 먹어야 한다는 사랑이의 말에 장인 장모님은 웃겨서 한참 웃으셨다.

밥을 먹고 난 뒤 장인어른이 가꾸시는 텃밭으로 가서 감을 몇 개 따보았다. 사랑이는 처음 따는 감이 신기한지 몇 개를 따고서도 더 딴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체험을 하는 게 좋다. 텃밭에 종종 데려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저녁 시간,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낮에 봤던 마술 공연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온 몸을 흔들면서 괴상한 표정을 짓고 소리를 질렀다. 행복이도 언니의 흥을 받아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감이 아이들의 춤사위에 싹 사라지고 웃음꽃이 피었다. 사랑이의 얼굴 표정을 보고 개그맨을 하라고 했다.


아이들의 웃음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보약이다. 아이들의 흥이 끊이지 않는 집, 흥 부자 집이 되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어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