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없어요>

육아휴직 262일차

by 허공


아이들은 순진 그 자체다. 그래서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고, 동물원에 가자고 하며, 집에서 개를 키우자고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렸을 적 순진함이 사라진 나지만 아이들을 볼 때면 가끔씩 고개를 들어 나오긴 한다.


2021년 10월 23일, 사랑이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외할머니 댁에 간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내가 출근을 하는 날이라 어디를 갈지 고민 중이었다. 차가 없어서 외할머니 댁에는 가기 힘들다고 했다.

“아빠, 유모차로 갈 거야? 아님 싱싱이 타고 갈 거야?”

“응?”

유모차를 끌고 가거나 퀵 보드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자는 말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우리 잉어 보러갈까?”

“잉어?”

“응, 호수공원에 잉어 있자나”

“음, 그래”

결국 생각해낸 게 근처에 있는 호수공원에 살고 있는 잉어를 보러 가는 것이었다.

아침을 먹고 11시쯤 집에서 출발했다. 사랑이는 퀵 보드를 탔고, 행복이는 유모차를 타고 간다고 했다. 행복이는 조금 퀵 보드를 타다가 힘들다고 하여 차라리 유모차를 타는 게 나았다.

처음 집에서 나올 때는 추운 느낌이었다. 조금 걷다보니 그리 두껍게 입지 않았는데도 등에 땀이 났다. 내가 먼저 겉옷을 벗으니 아이들도 따라 벗었다.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는 곳에서는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참을 걸어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뛰기, 걷기 등 운동을 하며 공원을 돌고 있었다. 전에 잉어가 보였던 정자 쪽으로 갔다.

“얘들아, 저기가 잉어가 보이는 곳이야”

“어디?”

“응? 잉어가 없자나?”

“아빠, 연어가 없어요”

“연어가 아니라 잉어야”

“연어가 그물 밖으로 나갔나보네”

아이들이 잉어를 자꾸 연어로 불렀다. 며칠 전에 먹었던 연어라는 단어가 입에 맴돌았나 보다.


“사랑아, 우리 달팽이 방생해 주자”

사랑이가 며칠 전에 다른 언니가 준 것이라며 받아 와 키웠던 달팽이를 방생해 주자고 했다. 사랑이는 처음에는 달팽이를 방생해 주자고 했지만, 다시 말을 바꿔서 내일 방생해 주겠다고 했다.

“사랑아, 약속 지켜야지, 달팽이 풀어주자”

한참을 망설이던 사랑이는 아쉬운 눈을 뒤로하며 달팽이를 풀숲에 풀어주었다.

“얘들아, 우리 거북이 보러갈까?”

“네”

근처 바위 위에 올라가있던 거북이들이 생각났다. 조금 더 걷다보니 그 장소가 나왔다. 거의 20마리가 넘는 거북이들이 몇 개의 바위에 나눠 올라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햇볕을 쬐며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듯했다.

“와 연어다”

“잉어라니까”

바로 발밑에 어른 팔뚝보다 더 굵은 잉어들이 수영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들과 한참동안 잉어와 거북이들을 바라보았다.


“아빠, 두루미 보러 갈래요”

“그래 가자”

근처에 있는 자연학습관의 두루미를 보러 가기로 했다.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두루미, 다람쥐, 미어캣, 토끼, 닭이 보였다. 아이들은 동물들을 바라보며 신기하게 쳐다봤다. 이미 몇 번이나 봤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이 좋은가보다.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허공을 향해 10번을 넘게 외치자 아이들은 그제서 발을 뗐다. 서울대공원처럼 사자, 호랑이가 있는 동물원은 아니지만 나름 여러 동물이 있는 공원, 가까운 곳에 이런 공원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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