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육아휴직266일차

by 허공


사람은 나이가 적거나 많거나 상대방에 대해 배려를 해야 한다. 배려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배려함으로서 나도 행복을 느끼게 된다. 오늘 그 배려라는 것에 대해 배웠다. 나는 그 배려를 할 수 있는가?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전에 헌혈을 하면서 영화예매권을 받았는데 지갑에 넣고 있었다가 며칠 전 생각이 났다. 갑자기 볼만한 영화가 있는지 검색을 하니 요새 ‘듄’이라는 SF영화가 재미있다고 하여 보러가기로 했다.

집 가까이에 영화관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12시 20분 영화였는데 12시 10분에 출발했다. 예전부터 영화관에 늦는 것을 싫어했다. 페달을 번개같이 밟아대며 영화관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갈 시간이 없어 바나나 하나로 배를 채우고 갔다. 예매권을 표로 바꾸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낮 시간이고 코로나 시기라서 그런지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 제외하고 5명 정도 있었던 것 같았다. 가운데 맨 위 좌석으로 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영화는 시작 시간이후에도 바로 상영치 않고 약 10분간 광고를 한다. 광고시간이라 잠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밑에 좌석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스크린 빛에 비추는 곳에 할머니 두 분이 계셨다. 한 분은 몸집이 좀 작고, 한 분은 다른 분에 비해 몸집이 컸다. 나이는 70살은 넘어보였다.

“아이고, 여기 엘리베이터고 없고 넘어지면 뼈 부러져”

“뭘 위로 가려고 해”

오른쪽에 있는 몸집이 큰 할머니가 작은 할머니에게 뭐라고 하고 있었다. 아마 자리가 너무 밑이라 위로 올라가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런데 작은 할머니 거동이 좋지 않아 큰 할머니가 말리는 상황 같았다. 작은 할머니의 목소리는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영화 시작하기 전 이야기 소리를 듣고 영화 보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두 분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결국 큰 할머니는 작은 할머니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두 칸 위로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두 칸 위로 올라가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일반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작은 할머니는 쉽지 않았다. 큰 할머니도 쉽지 않았다. 작은 할머니는 본인 몸이 불편해서 그렇고 큰 할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부축해서 자리를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두 할머니는 서로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고마워”

“또 자리 옮긴다고 하지 마, 또 그러면 나 집에 간다”

“고마워”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작은 할머니는 큰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였고, 큰 할머니는 또 자리를 옮기면 집에 간다며 약간 협박성 어투로 귀엽게 얘기를 하셨다.


내가 보러 온 영화는 SF영화였다. 딱 봐도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 볼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았다. 거동도 불편한데도 영화관에 오신 걸 보면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싶어 오신 것 같았다. 그냥 자리에 앉아도 되는데 스크린을 보기 좋은 자리로 옮긴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도 사람 마음은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되어도 영화를 보고 싶고, 더 잘 보이는 자리에 앉고 싶구나’


영화를 보던 도중 몇 번 두 분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두 분은 결국 영화 시작 후 약 1시간 정도 지난 뒤 천천히 자리에 일어났다. 다시 큰 할머니가 작은 할머니를 부축해서 밖으로 천천히 나갔다. 화장실을 가시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분은 다시 영화를 보러 오시지 않았다. 아마 영화가 재미없어서 그냥 가셨을 수도 있고, 다시 올라오기 힘들어서 가셨을 수도 있다.


두 분이 집에 가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 분은 계속 ‘고마워’라는 말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분은 ‘그러게 왜 오자고 했어’라고 말하고 있다. 두 분은 서로 친구인걸까? 가족인 걸까? 관계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서로에 대한 배려다. 큰 할머니는 작은 할머니를 위해 자신의 어깨와 시간을 기꺼이 내줬다. 작은 할머니는 큰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말로 감사의 표시를 대신했다. 다른 것은 필요 없었다. 서로에 대한 도와주려는 마음과 보살핌이면 되었다. 두 분은 어제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지켜보는 나는 배려라는 마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


오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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