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씩 커가는 아이들>

육아휴직269일차

by 허공

내 아이들을 봤을 때는 ‘언제 자라냐 빨리 커라’고 한다. 남의 애를 봤을 때는 오랜 만에 봐도 ‘와 많이 컸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있을까? 아마도 내 아이는 매일 보기 때문에 변화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의 애는 오랜만에 보니 변화가 확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에는 제발 빨리 커서 밥 좀 제대로 먹으면 좋겠다, 스스로 소변 처리만 해도 좋겠다고 했는데 요새는 아이들이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천히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


2021년 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늘은 어딜 가지’

아이들과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전에 갔던 파주 마장호수를 가기로 했다. 아침을 늦게 먹어 마장호수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마장호수의 유명한 맛 집인 ‘출렁다리국수’집으로 가기로 했다. 휴일 낮이라 그런지 마장호수가 가까워오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점점 지루해질 무렵, 드디어 음식점에 도착했다. 호수가 보이는 자리가 명당이라고 해서 주위를 살펴보다 자리가 나자 아이들과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바로 앞에 나무의 낙엽과 호수의 물이 보이자 아이들도 밖을 보고 싶은지 창가 쪽으로 앉겠다고 했다.

국수가 나왔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물만두가 함께 나오는 세트A로 시켰다. 아이들은 아침을 간단히 먹어 배가 고픈지 서로 먼저 국수를 달라고 했다.

“아빠, 나는 덜어주지 말고 그냥 그 그릇으로 줘요”

“뭐? 왜”

“어, 왜냐면 행복이가 더 많이 먹을까봐”

“에? 너무 커서 그냥 먹기 힘들어 아빠가 그릇에 덜어줄게”

사랑이는 국수를 많이 먹고 싶은지 큰 그릇에 달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각자 그릇에 국수를 덜어주자 번개같이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사랑이는 이제 젓가락질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어른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었다. 먹기 전에 아빠 입에 음식을 하나 넣어 주었다. 행복이는 입을 크게 벌려 마치 먹방 유튜버처럼 국수를 입에 넣었다.

“또 주세요”

아이들은 몇 번이나 국수를 더 먹고도 더 달라고 했지만 잔치국수는 이미 그릇의 바닥을 들어냈다. 행복이는 내 비빔국수도 뺏어먹으려다 매운 맛에 그만 국수를 주르륵 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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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만두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마장호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국수집에서 바로 마장호수로 연결이 되어 따로 주차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와 호수다”

“와”

아이들은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호수를 보고 신기해하며 발걸음을 계속 멈췄다.

“아빠, 나 밤 뺐어”

사랑이는 땅에 떨어진 밤을 밟아서 밤을 뺐다며 자랑을 했다.

마장호수 둘레길을 한참 걸어 수상자전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자전거를 탔다. 사랑이가 내 옆에 앉고 행복이는 앞에 앉았다. 처음 탔을 때는 무서워했던 아이들, 아이들은 이번에는 수상 자전거 안에서 과자를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아이들이 몇 개월 전보다 한 뼘 더 큰 것을 느꼈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호수에서는 약간 추울 정도였다.


30분 동안 호수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내린 뒤 아이들과 출렁다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행복이는 힘들다며 안아달라고 했지만 행복이는 힘이 넘쳤다. 아이들을 격려하며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아 출렁다리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드디어 우리 차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출렁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사람들이 오고 가고 해서 한 줄로 가야했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다리가 전에 보다 심하게 흔들렸다. 다행히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아 천천히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이야, 용감하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용감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피곤한지 금세 잠이 들었다. 거울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한 녀석은 입을 벌리고, 한 녀석은 입을 꾹 다물고 잔다. 요 녀석들아, 너희들 때문에 내가 울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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