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70일차
사람은 누구나 어떤 한 분야에서 재능이 있다. 때로는 다방면에 재능이 넘치는 사람도 많다. 그 재능은 부모가 발견해 줄 수도 있고, 스스로 발현되기도 한다. 어릴 때는 재능이 넘쳤지만 커가면서 그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나이가 불혹이 다 되어가지만 내가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누가 콕 찍어서 너의 재능은 이거야 라고 말해준다면 진로를 정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나의 아이들을 잘 살펴보자. 어떤 무궁무진한 재능이 있는지.
2021년 11월 1일, 아이들을 하원 시키기 위해 어린이 집으로 갔다. 사랑이는 어린이 집에서 만든 작품을 손에 들고 자랑을 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뒤 색칠을 하고 오려붙인 작품이었다.
“사랑아 이게 뭐야?”
“응, 귀요미 옷이야”
“아, 잘 만들었네”
“아빠, 나 집에 갈래”
“응? 놀이터에서 안 놀고?”
“응, 귀요미한테 옷 입히고 놀래”
매일 하원하면 놀이터에서 놀기 바빴던 사랑이가 웬일로 집에 들어간다고 했다. 등원할 때 가져갔던 인형의 옷을 만들었는데 집에서 인형과 논다는 말이었다. 행복이는 자전거를 타고 놀고 싶어 했지만 바람도 세게 불고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서 옷도 벗지 않고 인형들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사랑이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고, 무엇을 만든 뒤 오려붙이기를 좋아했다. 어린이 안전 가위는 잘 들지 않는다며 어른 가위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었다. 요새는 미술학원을 다녀서 그런지 그림에서 사람의 표정이나 세세한 표현을 보면 생동감이 넘쳐 깜짝 놀라곤 한다.
엄마 아빠를 보면 창의성과는 거리가 좀 먼 거 같다. 그런데 누구를 닮았는지 창의성이 넘치는 것 같다. 언니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동생인 행복이도 요새는 쉬도 때도 없이 그림을 그린다고 난리다. 스케치북을 2시간 전에 새 것으로 꺼내 주었는데 금세 다 썼다며 새 것을 달라고 한다. 물론 스케치북을 꽉꽉 채워 그리지는 않았다. 언니가 그리는 그림을 자주 봐서 그런지 사람 얼굴은 둘이 비슷하다.
“사랑아, 사랑이는 커서 뭐되고 싶어?”
옷을 갈아입히면서 사랑이에게 물었다.
“어, 나는 만드는 사람”
“아, 발명가?”
무언가를 창조하고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잠들기 전 주말에 빌려 온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어제 읽었던 책인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보면 ‘자유분방한 공주가 기사의 아들과 결혼을 시키려는 엄마인 여왕의 생각을 변하게 하려고 마녀에게 마법의 주문이 담긴 케잌을 받아 왔다. 케잌을 먹은 엄마는 그만 곰으로 변하고 말았고, 둘은 고난을 겪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여왕은 공주의 사랑으로 다시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영어책을 읽어주면 질색을 했던 아이들이 요새는 영어책도 싫어하지 않는다. 영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춘다. 그 모습을 보면 언어에도 재능이 있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의 재능은 이거야 라고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숨겨 있는 재능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노력이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 재능은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옆에서 그 모습을 잘 관찰하고 도움을 주는 일이다. 쉽지 않다. 나도 잘 모르는데 애들의 재능을 꽃피우게 도와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일 수도 있다. 다양하게 경험을 해야 재능의 유무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얘들아 너희들은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꼭 찾으렴, 엄마 아빠가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