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74일차
하늘이 맑다. 공기가 좋다. 마음도 상쾌해진다.
하늘이 어둡다. 공기가 나쁘다. 마음도 상쾌하지 않다.
최근 몇 개월간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색 캔버스지에 흰 구름들이 자주 보였다.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면 폐 깊은 곳까지 정화가 되는 느낌이었다.
근데 요 며칠 사이, 하늘색 하늘은 보이지 않고 숨을 쉬면 폐까지 나쁜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뉴스 기사가 뜬다. 중국의 미세먼지 수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이다. 초미세먼지 수치는 우리나라 기준 수치의 15배를 초과하고 있다고 한다. 베이징 시내가 뿌옇게 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기사도 있다.
중국에서 다시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공장은 무엇으로 돌리는가? 아직까지는 석탄으로 많이 돌린다. 석탄은 어디에서 오는가? 중국은 석탄의 상당량을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최근에 중국과 호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중국은 호주에서 석탄을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자국 내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고, 전 국민이 한동안 에너지 문제를 겪었다.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도로의 신호기도 마비되었다. 그리고 다시 호주의 손을 잡고 석탄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들은 바람을 타고 바로 동쪽의 한반도로 넘어온다. 마치 우리만 죽을 수 없다. 너희들도 같이 죽자 라고 하는 듯이.
전 세계적으로 ESG다 뭐다 하면서 환경을 지키는 것이 요새 최대 화두다.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쓴다고 하는데 빠른 시간 내에 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중국 같이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
코로나 덕분에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그나마 공기가 좋아서 살 수 있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끼고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 있었다. 부모들은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공기가 좋지 않으면 밖에 내보내기가 싫다. 뿌연 하늘이 내뿜는 공기에 내 아이들의 폐까지 오염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당연히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하원 후, 주말에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무작정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퇴양란, 사면초가다.
주말에 키즈 카페에 가자고 한다. 이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으니 키즈 카페에도 사람이 몰릴 게 뻔한데 공기가 좋지 않으니 더 많이 몰릴 듯하다. 실내도 실외도 안전한 장소를 찾기가 힘들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공기가 좋을 때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미세먼지 수치는 거의 매일 좋지 않았다. 그 때는 우리나라에서 살기 힘들다. 공기 좋은 해외로 이민을 가야겠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흘러나왔었다. 이제 다시 공기가 나빠지니 해외 이민 이야기가 고개를 들 듯하다.
그러고 보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공기는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간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인 공기, 이 소중함은 평소에는 모른다. 꼭 상태가 나빠져야 알게 된다.
맑은 하늘 아래 마음껏 공기를 들이마시는 자유, 공짜였던 그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