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육아휴직276일차

by 허공


부모들은 자식들이 어릴 때 어느 하나 잘하는 게 있으면 ‘내 자식이 천재 아닌가, 뭔가 특출한 게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고는 한다. 실제 부모의 세심한 관찰로 아이를 영재교육원에 데리고 가면 영재로 판명이 되기도 한다. 영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떨까? 영재면 영재 나름대로 힘든 게 많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회적 관심,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에 대한 고민 등 오히려 힘든 점이 많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렸을 때 아이들을 잘 봐줘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냥 애는 알아서 크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독립성, 자립심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의 적성과 특성을 발견해 주는 것은 중요하며, 어렸을 때 그 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봐줘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천재나 영재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일단 천재는 아닌 것 같다. 동화책을 일부 읽어주면 줄거리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 읽어 놀란 적이 있었다. 주위에 물어보니 그런 아이가 몇 명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그림을 좋아한다. 특히 첫째 사랑이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무엇을 만들고, 오려 붙이는 등 창의력이 뛰어남을 느낀다. 그림 속에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어쩜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입과 눈 모양으로 표현 잘하는지 놀랄 때가 많다.


행복이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언니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요새는 스케치북을 주면 몇 시간 만에 다 그렸다며 새 스케치북을 달라고 한다. 물론 커다란 스케치북 한 장에 듬성듬성 그리고 있기는 하다.


아이들이 미술학원을 몇 개월 다닌 이후로 표현이 훨씬 다양해지고 색감도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여렸을 적 미술학원을 다닌 적이 있지만 몇 개월 안다니고 그만둔 기억이 있다.

아내도 미술에 소질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을 보면 아이들이 부모를 꼭 닮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행복이는 요새 다른 행동을 한다. 바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잠을 잘 때 허공에 대고 손가락으로 무슨 표시를 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잠을 자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행복이를 보고 처음에는 “뭐해, 어서 자자”고만 했었다. 어느 날 행복이에게 손가락으로 무엇을 하냐고 묻자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잠을 잘 때만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종종 보고 있으면 허공, 하늘에다가 손가락을 그림을 그리고 있다.

“행복아 뭐 그려?”

“어, 사람 얼굴”

“아 얼굴? 아빠 얼굴도 그려 볼래”

“못생겼어”

“행복이는 스케치북 안 사줘도 되겠다, 허공이 스케치북이니 필요가 없겠다”

“싫어!!”

아이에게 한 소리 들었다.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행복이를 보고 있으면 조그마한 머릿속으로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늘을 스케치북 삼아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색칠은 하는지 안하는지 궁금하다.

상상력은 중요하다. 특히 아이일 때의 상상력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모르기에 잘 지켜봐야겠다.

행복이를 따라서 하늘에 그림을 그려본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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