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79일차
어제는 어린이집에서 제1회 등불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등불축제의 유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sankt artin(세인트 마틴)의 이야기다. 기사였던 마틴은 왕의 명령을 받아 자신의 말을 타고 이웃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날은 추위가 시작되는 늦은 가을날이었고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서 거지는 몹시 배고 고프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거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냥 지나쳤다. 그때 마틴은 거지를 보고 칼을 꺼내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있는 빨간 망토를 반으로 잘라 거지의 몸에 둘러주었다. 거지는 기쁜 마음으로 마틴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는 그 때 마틴은 말을 타고 떠나버렸다. 선행을 한 마틴을 찾아 주교로 세우려고 등불을 들고 찾아나섰던 곳에서부터 유래가 되었다.
등불축제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 마틴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앞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추라는 뜻으로 어린이 집에서 준비를 해주셨다.
말 그대로 등불을 켜야 하기 때문에 행사 시작시간은 오후 6시였다. 요 근래 비가 온 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행사 시작 전부터 걱정이 되었다.
오후에 아이들 미술학원을 다녀오니 이미 저녁 5시 20분, 행사를 하면 춥고 배가 고플 것 같았다. 서둘러 밥을 차리고 온 가족이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밥을 잘 먹어주어 시간에 맞춰 준비할 수 있었다.
두꺼운 잠바에 목도리, 장갑까지 아이들을 중무장 시켜 나갔다. 이미 어린이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과 선생님, 부모님들이 모여 있었다. 아내와 내가 각자 행복이와 사랑이 손을 잡고 등불 뒤에 섰다.
이미 하늘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놀이터는 조명이 거의 없어 어두웠지만, 어둠 속에서 아이들 발밑에 놓인 등불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날씨는 추워도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신기한지 들떠 보였다. 선생님들의 노래 소리와 함께 아이들도 부모들도 함께 노래를 불렀다. 미리 노래 가사와 음원을 알려주고 노래 연습을 했었다.
“고운 등 환하게 비추며 이 거리 저 거리로 다니네, 우리 닭들도 우리 고양이도 모두 즐겁게 아람 팜팜”
조용한 아파트 사이사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노랫소리가 퍼져 하늘까지 올라가는 듯 했다.
“자 이제, 아이들이 먼저 앞장서서 가고 부모님들은 뒤에서 따라가시면 됩니다. 따라가시다가 원 앞에 서계시면 아이들이 한 명씩 등불을 들고 옵니다. 그 때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간식을 들고 집으로 가시면 됩니다”
원장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아이들이 등불을 들고 출발했다. 작은 아이들이 등불을 들고 걷는 모습을 보니 뭔가 대견하고 가슴이 뭉클하다며 옆에 있는 아내가 말했다. 다른 부모들과 함께 아이들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나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군대에서 군인의 신분이었다. 훈련병 시절, 야간 산행을 하는 시간이었다. 장비를 갖추고 어둠 속에서 랜턴의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군화를 신고 길을 걸었다. 그 때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게 아닌 나라를 지키기 위한 훈련이었다. 실제로 나라를 지킨다는 고귀한 생각이 아닌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앞 사람이 비추는 불빛에 의지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부모도 친구도 없다. 의지할 것은 같은 훈련병과 조교들 뿐, 훈련이 끝난 뒤 이마 위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서로를 위로한다.
다시 아이들이 비추는 등불을 따라간다. 걷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어느 새 아장아장 걷더니 이제 스스로 등불을 들고 먼저 걸어간다. 부모는 뒤에서 그저 지켜만 볼 뿐이다. 아이들은 한 명씩 한 명씩 부모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걸어간다. 어둠 속에서 엄마는 팔을 벌려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이는 엄마가 보이는 지 천천히 천천히 한 걸음을 옮긴다. 두 모자가 만나 마치 며칠을 보지 못한 것처럼 서로를 껴안는다. 아이와 엄마를 바라보는 다른 엄마 아빠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부모들의 마음속에도 환한 빛이 들어온 듯 한 느낌이었다. 집으로 들어와 간식으로 받은 호빵을 먹었다.
얘들아, 잘 자라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빛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