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80일차
우리는 어렸을 적 ‘치과’에 ‘치’자만 들어도 몸이 움찔거리며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거부감을 느끼곤 했다. 그만큼 충치가 생겨 치과에 가면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니면 하얀 불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무시무시한 도구들이 있는 치과의 전경이 눈에 아른거려서일까?
어제는 사랑이의 영유아 구강 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미리 집 가까운 곳의 치과에 시간을 예약해 두었다. 하원을 한 뒤 아이들과 함께 병원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사랑이는 걸어가고 행복이는 유모차에 태워 갔다.
바람이 매몰차게 우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뻥 뚫린 대로변이라서 그런지 차가운 바람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유모차를 밀면서 빠른 걸음으로 도로를 건넜다. 사랑이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작은 발을 빠르게 놀리면서 뛰었다.
드디어 병원이 있는 건물로 도착,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쫓아오던 바람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문 밖에서 멈춰서 있다. 예약시간이 다 되어 건물 안에서도 빠르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병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가운데 대기실에는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한 분과 중년의 남자 분 한 분이 계셨다. 치료실 안에는 2명 정도가 치료를 하고 있었다.
“사랑이 맞나요?”
“네”
“처음 오셨죠? 여기 요것 좀 작성해 주세요”
간호사가 종이 2장을 적으라며 건네준다. 볼펜을 끼적거리며 적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뚫려 있는 진료실 앞에 서서 망부석이 되어 있었다.
진료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윙’하는 치과 기구 소리와 함께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기한지 자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얘들아, 사람들이 치료받는 데 앞에 있으면 안 돼, 이리 와”
“아빠, 저 할아버지는 왜 왔어?”
“어디 아프시니까 왔겠지”
“이 잘 안 닦아서 충치 생겼나”
“음 그건 아니고 나이가 들면 이가 좋지 않을 수도 있고”
행복이가 옆에서 조용히 수군거린다.
“아빠, 앞에 아저씨 다리를 꼬고 있어”
“나랑 언니는 안 꼬는데”
행복이가 바로 앞에 있는 아저씨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며 귀에 속삭였다. 속삭여도 아저씨 귀에는 들리는 소리였다.
“응, 아빠도 다리 꼴 수 있어, 어른은 좀 꼬았다가 다시 바르게 할 수 있어”
“사랑이 들어오세요”
드디어 사랑이의 구강 검진을 할 차례가 되었다. 사랑이는 용감하게 의자에 앉은 후 뒤로 의자가 눕혀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자 의사 선생님이 초록 천으로 사랑이의 눈을 가려주었다. 다행히 충치는 없고 아랫니 중 나머지 한 개가 흔들리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 이 하나도 조금 있으면 빠질 거에요, 집에서 빼셔도 되고, 병원에 와서 빼셔도 되요”
남자 의사 선생님은 조용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가 나는 과정에서 치열이 흐트러질 수도 있어 교정을 해야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잠깐의 검진이 끝난 뒤 사랑이는 의자에서 내려왔다. 미리 충치 치료가 아니라 상태만 보는 것이라고 말해줘서인지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잘했어, 사랑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옆에 있는 마트로 가서 장난감과 스티커 북을 사주었다. 아이들은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사줘서인지 신나했다.
‘얘들아, 앞으로도 이 잘 닦자, 충치 생기면 정말 아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