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이 힘들지 두 번은 괜찮아>

육아휴직288일차

by 허공

뭐든지 첫 번째 발자국을 떼는 게 가장 힘들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먼저 가본 길이 대부분일 것이나 당사자에게는 첫 걸음이요, 첫 길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특히나 거의 모든 것이 처음이다. 처음인 아이들이 두 번째 발걸음을 뗐을 때 비로소 자신감이 생긴다.


“아빠, 이가 계속 흔들려 봐봐”

“어? 아파?”

“응 아파”

“그럼 병원 가서 이 뺄까?”

“응”

사랑이의 아랫니 중 왼쪽 아랫니가 흔들리기 시작한 지 거의 1주일, 저번 주 구강 검진 때 의사 선생님이 조만간 이가 빠질 거라고 했었다. 사랑이의 이가 더 많이 흔들리면서 잇몸에서 조금씩 피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이를 뺄 때가 된 것 같았다. 저번에는 어린이 집에서 밥을 먹다가 자연스럽게 빠졌는데 이번에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하원 후 아이들을 데리고 저번에 갔던 치과에 갔다. 오후 4시 반으로 예약을 했는데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했었다.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과는 달리 간호사들이 데스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환자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안으로 들어 오세요”

치료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고 바로 진료 의자에 누웠다.

방에 있던 의사 선생님이 나오셨다.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으신 선생님이셨다.

“어디 아파서 왔니?”

너무 작게 물어봐서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아 이가 빠질 것 같아서 왔어요, 이에서 피도 나오고요”

“아 네”

선생님은 바로 사랑이의 이에 솜을 하다 갖다 대고 핀셋을 이용해 흔들리는 이를 뒤로 한 번 재끼더니 바로 빼버렸다. 사랑이의 이가 빠진 잇몸에서 피가 나왔다. 선생님은 거즈를 대주더니 30분 동안 잘 물고 있으라고 말씀 하셨다.

사랑이는 진료실에 들어가서도, 의자에 누워서도, 이를 뺄 때도 전혀 무서워하는 기색 없이 시키는 대로 척척했다. 이를 뺄 때 ‘아’라는 소리만 내고 전혀 아픈 표정도 없이 담담하게 의자를 내려왔다.

동생 행복이는 언니가 이를 빼는 것을 구경한다며 옆에서 지켜보았다. 언니가 하나도 아프지 않은 표정을 했지만 행복이의 성격상 울고불고 난리를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아 괜찮아? 아프지 않았어?”

“응 안 아팠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려고 했었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병원을 오면서 봤던 스티커 북을 사달라고 했다. 차라리 먹을 것을 사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먹을 것을 포기하고 스티커 북을 골랐다. 이를 뺀 아이 상대로 매정하게 안 된다고 할 수 없어 둘 다 하나씩 사주고 건물을 나왔다.


건물을 나오면서 물고 있던 거즈를 약하게 물었는지 입에서 소량의 핏물이 나왔다. 가지고 있던 휴지도 닦아주며 입을 꽉 다물고 있어야 지혈이 된다고 알려 주었다.

담담한 표정의 사랑이, 불편해 보였지만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았다. 책에서나 어른들이 이를 제대로 닦지 않으면 치과에 간다고 겁을 줄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랑이는 예외인가 보다. 저번에 이가 빠졌을 때 아프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치과가 이제 낯설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집에 와서 사랑이는 이를 보관함에 자랑스럽게 넣어서 엄마와 동생에게 보여주었다. 이가 빠진 게 뿌듯하나 보다.

한 걸음, 두 걸음 사랑이는 자라고 있다. 이가 하나씩 빠지면서 새로운 이가 또 날 것이고 몸도 마음도 커질 것이다. 행복아, 이제 내년에는 행복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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