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292일차
내 아이를 잘 관찰하다 보면 마치 천재나 영재인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첫째 사랑이는 체력적으로 탁월함을 느낀다. 잘 뛴다. 정말 잘 뛴다. 그렇게 잘 뛰고도 거의 힘들어하지 않는다. 마라톤이나 육상 선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아이들이라면 필수로 해야 되는 영유아 검진,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성장과 발육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잘 체크해야 한다. 아이가 혹시나 또래에 비해 성장이 늦고 있는지, 늦고 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잘 확인해야 된다.
2021년 11월 23일, 사랑이의 영유아 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예약 시간은 오후 5시, 요새는 똑딱이라는 휴대폰 어플로 미리 예약을 할 수 있어서 편하다. 영유아 검진표도 미리 똑딱을 통해서 작성할 수 있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만약 똑딱을 사용할 줄 모르면 병원을 가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영유아 검진표도 가져가서 수기로 작성해야 한다.
행복이를 유모차에 태우자 사랑이가 어린이 집 가방을 유모차에 올린 뒤 방석같이 깔고 앉았다.
“사랑아, 도시락 가방 찌그러진다?”
사랑이는 아랑곳없이 유모차에 앉았다. 1분 정도 걸었나? 사랑이는 불편한지 내려서 걷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이미 유모차 탈 나이는 지났다. 행복이가 조금 걷다가 힘들면 안아달라고 해서 조금 먼 거리를 갈 때 유모차를 타기는 하지만 이제 졸업할 때가 됐다.
아빠가 걷는 속도가 빠르자 사랑이는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숨도 차지 않는지 저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 곳까지 10여분을 계속 달렸다. 6살이지만 마치 축구 선수 박지성의 별명인 두 개의 심장이 있는 듯 했다.
“사랑아, 안 힘들어”
“응”
사랑이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날씨가 춥기는 했지만 계속 뛰다보면 땀이 날 법도 한데 말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 선생님께 검진을 받기 전 기본 검사를 받았다. 먼저 키와 몸무게를 쟀다. 키는 114cm, 몸무게는 21.5kg이었다. 다음은 시력검사, 양쪽 눈 다 1.0이 나왔다.
“사랑이 들어오세요”
둥글둥글한 인상의 여 선생님이 아이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10번 중에 7번 째 정도에요, 잘 자라고 있어요”
상위 70프로라는 이야기였다. 상위 95프로 이정도는 아니지만 70프로도 훌륭했다. 대견해서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는 검진을 마치고 선생님 책상 앞에 있는 손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 옆에 있는 행복이도 자기도 찍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심지어 선생님 책상에 있는 비타민 사탕도 직접 색깔을 골라갔다. 꼬마 손님들이 왕이다. 아빠만 안절부절이다.
“가자 얘들아 옷 입자”
아이들과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랑이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아이 사랑이는 힘차게 다리를 움직였다.
아이들과 집에 가기 전 과자를 사달라고 졸라대어 마트에서 과자를 고르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사랑이 아버님이시죠?”
“네”
“여기 병원인데 사랑이 영유아 검진결과서 놓고 가셔서요”
“앗, 내일 죄송해요, 내일 가져갈께요”
정신머리 없이 영유아 검진결과서를 놓고 왔다. 아이는 탁월한데 아빠가 못났다. 병원에 한 번 더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