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육아휴직299일차

by 허공


비가 오면 괜히 기분이 바뀐다. 너무 많은 비는 말고 적당한 비가 반갑다. 그치지 말고 좀 더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밤부터 내린 비가 끊이지 않고 새벽에도 계속 내렸다. 일기 예보는 오후 1시에서 2시까지 비가 온다고 했었다.

‘음, 오늘은 애들 우산을 챙겨야겠다.’

아이들을 깨워 챙기고 등원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미 등원시간이 다 되어 서둘러 장화를 신기고 손에 우산을 하나씩 쥐어 주었다.

“가자, 얘들아”

“아빠, 우산 좀 펴줘”

“응, 잠깐만, 동생 것 좀 펴 주고”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우산을 미리 펴주고 아이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다. 주룩주룩이 아닌 투둑 투두둑 느낌일까? 오랜만에 우산을 쓰고 가는 아이들은 기분이 좋은 지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아빠, 여기 지렁이 있어요”

“어디?”

“아빠, 달팽이 찾을래요”

“그래, 근데 잡으면 안 된다.”

“저번에 다른 친구가 달팽이 잡아와서 하늘 나라 갔다고 했자나”

“아, 민달팽이?”

“응”

천천히 걸어오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휴대폰 카메라를 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작은 우산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과거의 내가 6살 때, 나는 원당의 작은 아파트에 살았었다. 이름도 기억난다. ‘장미아파트’였다. 5층까지 밖에 없는 아파트였고, 우리 집은 2층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지금처럼 어린이 집도 없었다고 하니 아마 6세 때 유치원을 가지 않았을까 싶다. 유치원은 집과 거리가 좀 있었다.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이어서 초등학교까지 걸어가야 했다.


초등학교까지 걸어가는 길, 아마 혼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형과 함께 걸어갔을 것이다. 형과 함께 우산을 쓰고 유치원까지 걸어가는 길, 짧지 않은 길, 어머니도 그 때 같이 등하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즈음 어머니는 일을 다시 시작하셔 형과 나 둘만 다녔을 수도 있다.

이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 집으로 걸어간다. 6살짜리 꼬마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등하원을 책임지고 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을까 다를까? 의식은 같다. 마음은 같다. 몸만 변했다.

아이들의 앞에서 먼저 뒤돌아 걸으면서 아이들이 걸어오는 모습을 본다. 천천히 걸어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다. 어린이 집이 가까워 금세 도착했다. 현관벨을 누르려고 하는데 입구에 서있던 선생님이 문을 열어주신다. 문 뒤에 숨어 있는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 안으로 들여보낸다. 인사를 해도 아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천천히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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