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딱지완성>

육아휴직300일차

by 허공

딱지치기, 어렸을 적 남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놀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 딱지가 더 큰지 자랑하기도 하고, 누구 딱지가 더 단단한지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누구 딱지가 더 다른 딱지를 잘 넘기는지 이다. 다른 딱지를 내 딱지로 내리쳐서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은 이겨야 하지만 비기는 것도 최소한 지지 않는 게임을 할 수는 있다. 바로 딱지를 잘 넘어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잘 넘어가지 않으려면 무게가 일단 무거워야 하고 너비도 있어야 한다. 여러 요건들이 맞아야 내 딱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어쨌든 내 딱지가 뒤집어지지 않아야 상대방을 넘길 기회도 오기 때문이다.

아이들 어린이 집에서 미니 운동회를 한다고 했다. 요새 한참 유행이었던 오징어 게임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본 따 아이들에게 오징어 게임 추리닝을 나눠주었다. 그 추리닝을 입고 여러 게임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딱지치기였다.


아이들 별로 색종이로 만든 딱지 말고 도화지 등 두꺼운 종이로 딱지를 만들어 가지고 오라는 게 숙제였다.

‘윽 머야, 재료도 안 주고’

처음에는 딱지 재료도 안 주고 만들어서 가져오라는 것에 툴툴거렸다. 매번 어린이 집에서 만들 것의 재료를 보내주어서 그랬나보다. 호의가 계속 되니 권리인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아이들 딱지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우선 인터넷으로 딱지 접는 법을 찾아보았다. 네이버로 검색도 해보고, 유튜브로도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재료를 찾아보았다. 이미 우리 집에 재료가 있었다. 바로 아이들이 그리고 난 스케치북이었다. 스케치북의 도화지를 딱지 재료로 쓰는 것보다 겉표지가 더 두꺼워 재료로 안성맞춤이었다. 또 겉표지에는 겨울왕국 캐릭터와 고양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 만들고 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우선 베란다에 내다놓았던 스케치북 중 4개를 방 안으로 가져왔다. 스케치북 겉표지를 뜯은 뒤 스프링에 걸려있던 구멍난 부분을 가위로 오려 깔끔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표지 하나를 반으로 접은 뒤 다른 표지 하나도 같은 방법으로 접어 십자가로 포개 만들었다. 그리고 시계 모방향으로 계속 세모로 접어 위로 올린 뒤 맨 마지막 세모를 안으로 쏙 넣어 대왕딱지를 만들었다.


말은 쉽게 표현했지만 실제 접는 방향을 잘 못 맞춰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만들었다. 혹시 딱지가 풀릴 경우를 대비해서 테이프로 딱지를 한 번 감아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잘 만든 딱지가 뿌듯해서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보내주었다. 물론 아이들이 어떻게 딱지치기를 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 자체가 신기할 것이다.

딱지를 만드는 동안 처음에는 짜증났던 마음이 이내 즐거운 마음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집 안에서 딱지를 세게 내리칠 수 없어서 매트가 깔린 아이들 방에 가서 한 번 내리쳐 보았다. 생각보다 잘 넘어가지는 않았다. 끝 부분을 세게 내리쳐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집에서 아이들보고 딱지를 쳐보라고 하면 시끄러워 난리가 날 것 같아서 한 번 시범을 보여준 뒤 바로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어린이 집에 등원시킨 뒤 아이들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딱지를 들고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딱지치기를 잘 했을까? 이기고 지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놀이는 그런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것.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딱지치기를 하고 싶다. 친구들에게 만든 딱지 사진을 보내주니 한 대 맞을 준비를 하란다. 재미없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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