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13일차
별의별 애를 다 써도 안 통해 ‘잘 달래지지 않을 때’
이제까지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던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그 생각에 의문이 든다. 본인조차 당황스러운 행동이 툭툭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어? 이게 뭐지? 나한테 이런 면도 있었어?’ 그 행동이 좋은 쪽도 있지만, 보통은 경멸해 마지않는 나쁜 쪽이 많다.
잘 달래지지 않는 아이를 키울 때 이런 고민에 자주 빠진다. 잘 달래지지 않는 아이는 부모의 아주 미성숙한 인격 구조, 성격적 특성의 나쁜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묻어 놓았던, 저 밑으로 가라앉혀 놓았던, 어쩌면 평생에 걸쳐서 해결해야 하는 내 자신의 문제에 붙을 붙인다. 다행히 어떤 부모는 이러한 고민을 통해 더 성숙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빠진다. 그래서 부모로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된다.
왜 그럴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도 인간이기 때문에 순간순간 아이가 미울 때가 있다. 더구나 잘 달래지지 않는 아이는 그런 순간이 너무나 잦다. 이럴 때, ‘아, 하늘이 이 아이를 나한테 보내서 내가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구나’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부분의 부모는 내가 괴로워지는 원인을 내 안에서 찾지 않고, 아이에게 화살을 돌린다. 그러면서 너무나 많은 문제가 생긴다. “내가 아주 너 때문에 미치겠어!” “너는 왜 애가 항상 이러니?”라고 아이에게 따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도 잘 클 수 없을뿐더러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어그러지고, 부모 자신도 굉장히 괴롭다. 자식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좋아하는데, 이 좋아하는 아이가 나와 있는 시간이 길수록 나를 괴롭게 만든다. 이렇게 힘든데 배우자가 아이를 함께 돌보지 않으면 배우자도 미워진다. 배우자를 원망하고 비난하게 된다.
잘 달래지지 않는 아이는 부모를 닮은 면이 있을 수 있다. 배우자의 예민함을 닮아서 아이가 우니까 배우자가 더 밉기도 하지만, 그 배우자 또한 자신이 예민하기 때문에 아이가 달래지지 않는 것을 더 견디지 못한다. 예를 들면 아빠가 예민한 사람이다. 아이가 막 울기 시작하면, 아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아이 울음이 싫어서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 버린다. 그러면 아내는 기가 막힌다. 그리고 아이가 우는 상황과 별개로 아빠든 엄마든 예민한 성격이면 잘 삐지거나 화가 오래가기 때문에 결혼 생활도 덩달아 굉장히 힘들다.
‘징징대는 행위’가 아니라 ‘징징대는 이유’에 주목할 것
징징대는 것은 감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우는 것으로 자기의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징징대고 있다면, 하루 종일 뭔가 불편한 것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뭘 요구한다. 물건을 사 달라고 하고, 할 수 있는 일도 자꾸 해 달라고 한다. 뭔가 충족되지 않아 불안해서 하는 행동이다. 정작 자신이 채워야 하는 것이 정서적인 것임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요구적인 행동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요구가 정서적인 것임을 부모가 알아채지 못하면, 행동은 더 심해진다.
아이가 어리광을 부릴 때는 받아주는 쪽이 낫다. 왜냐하면 부모에게 사랑을 채움 받고 싶어 안기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달래지지 않는 아이의 속사정 세 가지
첫째, 워낙 예민한 아이다. 밖에서 오는 여러 자극이나 상황을 과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다. 다양한 자극을 과하게 받아들여서, 결국 그 자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둘째, 견디는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다. 감당하고 견디고 인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감정 주머니가 빠른 속도로 금방 차 버린다.
셋째, 감정 조절 능력이 나이에 비해 떨어지는 아이다. 이것은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 감정 조절을 못 하는 어른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본인도 괴로운 삶을 살게 된다.
- 출처: 오은영 박사의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144~154)
아이를 키울 때면 왜 넌 다른 애들과 다르니? 좀 평범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자꾸 비교하게 된다. 오은영 박사님의 말처럼 잘 달래지지 않는 아이를 볼 때면 나의 미성숙한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을 보면 달래지지 않는 이유에 다 해당하는 것 같다. 부모가 잘 가르쳐야 하는데 징징대는 모습을 보면 속으로 또 징징 시작이냐는 말부터 나온다. 징징대는 이유를 먼저 알고 그것을 해결해 줘야 하는데 징징대는 순간 머리가 아파온다. 정작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정서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에 머리가 띵하다.
오늘 읽은 글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 아이가 징징댈 때 부모가, 내가 괴로워지는 원인은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 아이에게 화살을 돌리지 말라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앎이 곧 실천이 될 수 있도록 하자. 반성하고 후회하고 다시 반복하는 것,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 그게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