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14일차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2002년 5월 3일 개봉했던 스파이더맨 1편의 명대사이자 주제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학생이었던 피터파커에게 큰 힘이 생겼고, 그 큰 힘은 나쁜 일이 아닌 좋은 일에 쓰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책임감, 우리들도 살면서 책임감이 생기고 그 책임감이 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나에게도 언젠가 큰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어릴 적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찌 보면 공상이자 망상이었다. 결국 영화나 만화처럼 큰 힘이 생기진 않았지만 어릴 적에 비하면 많은 게 생기고 책임감도 생겼다.
우리에게 피커파커 같은 힘은 아닐지라도 다른 종류의 힘이나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행운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운과 힘에도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15일, 2002년도에 스파이더맨을 본 이후 19년이 지났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을 것이다. 당시 스파이더맨의 인기는 최고였고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친구와 함께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파이더맨 1이 개봉한 이후로 무수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만들어졌고 올 12월 15일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개봉했다. 이미 사전 시사회를 통해 새 스파이더맨 영화의 평점이 좋은 것을 확인했다. 그렇기에 기대를 하였고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마침 지갑 안에 있던 영화 티켓이 생각났다. 바로 헌혈 후 받은 롯데시네마 티켓이었다. 최근 내 돈 주고 영화를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헌혈 후 사은품으로 영화티켓을 주로 받았고 받은 티켓으로 영화를 즐기곤 했다.
영화 시작 시간은 13시 05분, 반백수인 나는 낮에도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다. 아 낮에만 볼 수 있다. 밤에는 아이들을 봐야하기 때문에 불가하다. 영화티켓을 끊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는 길, 영화를 보기 전 걸어가는 그 순간은 항상 설렌다.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 걸까?
다른 이들은 모두 연인이나 친구끼리 많이 온 것 같았다. 코로나 시국이고 낮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어둠 속 스크린에서 나오는 빛에 비친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많았다. 아마 스파이더맨의 평점이 좋고, 또 마블시리즈는 기본은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상영관의 정보를 보니 거의 대부분이 스파이더맨을 상영하는 게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갔던 롯데시네마는 딱딱한 의자가 아니었다. 부드러운 안마용 의자로 뒤로 젖혀지기도 했다. 덕분에 다리를 쭉 펼쳐 거의 누워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 여기를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것 같아서 다 말하진 못하여 인터넷에 나와있는 간단한 줄거리만 적어 본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시리즈 전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에서 '미스테리오'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피터 파커'는 정체가 공개되면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려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게 된다.
정체가 탄로난 '피터 파커'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도움을 받던 중 뜻하지 않게 시공간의 균열이 생겨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나타난다.
멀티버스가 열리며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이 등장한다. 샘 레이미 감독 '스파이더맨' 3부작의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에 더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리자드', '일렉트로'가 등장한다.
역시 사람들의 좋은 평점은 이유가 있었고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스파이더맨 시리즈지만 새로운 스토리와 시도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화면에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덕분에 오줌보가 터질 듯해도 끝까지 2시간을 넘게 참고 영화를 보았다.
심리학 박사이자 아주대학교 교수인 김경일님이 유튜브에 나와 한 말이 기억난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 이유는, 한 달에 4번 나눠서 주급을 받기 때문이다. 바로 자주 사소한 것에 행복감을 느껴야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 꼭 큰 행운이나 큰 돈이 행복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라고 했다.
며칠 뒤에 만날 친구와의 약속, 오늘 먹을 음식에 대한 것도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말, 나에게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작은 행복이었다. 매일 매일 비슷한 일상에서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바로 사소함에도 행복을 부여하는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아닐까한다. 오늘 아이들과 무슨 음식을 먹을까?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행복감을 잘 느끼고 잘 웃는 것은 바로 일상이 호기심이고 놀이며 재미가 아닐까?
오늘 나에게, 우리에게 찾아온 행운들을 놓치지 말자.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음식, 눈에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것이 바로 행운이다. 행운에도 책임이 따른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