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23일차
“아버님, 행복이가 어린이 집에서 콧물이 좀 나와서요, 다음에 등원하실 때 소견서를 가져오셔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2021년 12월 23일, 하원 선생님이 하신 말씀에 내 가슴은 ‘윽’하고 누가 때린 것 같았다.
코로나 시기에 작은 감기 증상이라도 다른 친구들에 전파되면 안 좋기에 병원에 바로 다녀와야 될 상황이었다. 계속 콧물이 줄줄 흐르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일단 미술학원을 갔다가 바로 병원을 갔다.
단순 코감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이 37.3도로 체크되었다. 미열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바로 얼굴을 다 덮는 투명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보았다. 열이 있는 환자는 필수로 마스크를 쓰는 듯했다. 아이가 열이 나고 있기에 단순 코감기라는 소견서는 쓸 수 없었다. 혹시 38도가 넘어가면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설마?’
속으로 그렇게 까지 열이 올라가겠어?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나 38도가 넘어가면 요새 코로나 검사 대기에 기본 1시간은 넘어가니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거 고를래”
“얘들아, 선생님이 주시는 대로 받아야 된다고 했지, 만지면 안 돼”
아이들은 아빠의 마음이 무거운 지도 모르고 의사 선생님이 아이들을 주기 위해 모아 둔 사탕을 자기 마음대로 만지고 골라 가져갔다.
“너희들, 저번에 아빠가 의사 선생님 물건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했지?”
진료 후 집에 가는 길, 버릇없는 행동을 한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같은 행동을 한 아이들은 아빠의 화난 목소리를 들었다.
집에 돌아온 행복이, 바로 약을 먹었지만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약간의 미열은 계속 있었고 바로 어린이 집에 보낼 수 없는 상황, 금요일은 가정 보육을 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첫째 사랑이는 어린이 집에 등원시키고, 행복이와 둘이 집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감기에 걸려 어디갈 수도 없는 상황, 다행히 행복이의 열은 심하지 않았다. 대신 콧물은 계속 줄줄 흘러내렸다.
“아빠, 콧물 닦아줘”
“아빠, 콧물”
“아빠”
행복이가 몇 번 말을 해주기도 했지만 그대로 콧물을 매달고 놀기도 했다. 수시로 코를 닦아주고 수건을 몇 장을 교체했다.
다행히 행복이는 혼자 잘 노는 아이였다. 아이 방에서 장난감을 늘여 놓고 역할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잘 놀았다. 덕분에 집안일을 하고 잠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천사가 따로 없었다. 이래서 아이는 잠잘 때가 제일 예쁘다고 한 건가?
확실히 감기에 걸려 아플 때는 집에서 밥 잘 먹고 푹 쉬는 게 최고였다. 아이의 체온은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잠시 눈이 내리는 가 싶더니 눈이 펑펑 내리지는 않았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오지 않았지만 딸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편했다. 집이 조용하니 첫째 사랑이의 웃음이 그리워졌다.
저녁을 먹은 뒤 다 같이 둘러 앉아 아이스크림 케잌을 먹었다. 서로 맛있는 부분을 먹는다며 울기는 했지만 금세 그치고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행복이는 코가 막혀 아이스크림을 다 먹지 못했다.
얘들아 메리 크리스마스다. 오늘도 재밌게 잘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