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35일차
덕후,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르는 말인 '오덕후'의 줄임말로 뜻은 오타쿠와 동일하다.
- 출처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아빠, 나 산타할아버지한테 엘사 옷 전부 사달라고 할거야”
“나도”
“뭐? 산타할아버지가 근데 그렇게 많이 사주실 수 있을까?”
요새 아이들은 엘사에 빠졌다. 엘사는 겨울왕국에 나오는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중 언니 이름이다. 이미 몇 년 전 겨울왕국은 조금 보여주면서 영어 소리를 노출시키려고 노래를 주로 들려줬었다. 그러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라는 디즈니에서 하는 구독서비스를 친구들과 함께 신청하게 되었다. 디즈니 플러스에는 여러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영어를 친숙하게 하기 위해 여러 영어 영상을 틀어줬었다. 그 중 겨울왕국 2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영상을 보자마자 빠져들었다.
처음 영상을 본 게 한 열흘 전 쯤 되려나? 세지는 않았지만 벌써 7~8번 정도 본 듯하다. 러닝타임이 1시간 40분 정도 된다. 거의 2시간이나 하는 영상이지만 아이들은 집중력 있게 앉아서 본다. 재미있는 영상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영어를 보고 들으면서 오래 앉아 있는 아이들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한 두 번 보면 안 본다고 할 줄 알았지만, 아이들은 계속 겨울왕국 2를 본다고 했다. 영어 단어들이 하나하나 다 들리지 않고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몰라도 아이들은 영상을 즐기고 있었다. 화면을 보고 웃고 떠들었다.
“아빠, 다이가 뭐에요?”
“다이?”
“음, 죽다, 죽음”
“죽다?”
“오 마이 구드니스기 뭐에요?”
“오 마이 구드니스(OH MY GOODNESS)? 잠깐만”
“아, 어머나, 세상에 라는 뜻이네”
“어머나, 세상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아빠에게 물어본다. 내가 모르는 단어는 네이버 사전으로 바로 찾아서 알려준다. 저절로 영어 노출이 되고 있었다. 여러 영상을 보는 것보다 하나의 영상을 백번 이상 봐서 완벽히 아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사랑이는 영상을 보는 외에도 유튜브로 겨울왕국2 OST 전체듣기를 틀어주면 다 따라한다. 물론 영어 가사를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고 뜻도 다 모른다. 그래도 거의 비슷하게 발음을 따라한다. 어른인 나도 잘 모르겠는데 신기하게 잘 따라한다.
사랑이는 집중력이 좋다. 그리고 끈기가 좋다. 그릿(GRIT)이 있었다. (그릿은 사전적으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를 말한다)
한 번 엘사에 빠지니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침에 큰 볼륨으로 노래를 틀어 애들을 깨우려다가 아내가 하루 종일 환청이 들린다고 할 정도였다.
가끔 노래를 많이 틀어놓을 때는 내 귀에도 환청이 들린다.
“인 투 디 언 노운(IN TO THE UNKNOWN)"
아이들이 영상에 중독되지 않고, 영상을 통해 영어를 즐기고 저절로 영어 귀가 뚫리고 말을 하게 되는 그날까지 엘사야 도와줘
엘사 덕후인 아이들, 과연 아빠표 영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