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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도 산책

육아휴직 343일차

by 허공

추우면 집에 있어야할까?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집에 있던지 밖에 나가던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평범한 일상이 좋은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저녁에 애들이랑 산책할까?”

“어우 이 추위에?”

“추우니까 공기가 좋은 거야,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오자나”

“그래, 그럼 내가 미리 애들 씻기고 밥 먹이고 있을게”

점심에 아내와 점심을 먹으며 저녁에 아이들과 산책을 하기로 이야기했다. 그동안 코로나 핑계, 미세먼지 핑계, 추위 핑계 등으로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가자 얘들아”

미리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까지 먹여놓으니 저녁 산책하는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 가까운 쇼핑몰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아직 남아있다고 했다. 가까운 거리라도 날씨가 추워 차를 타고 이동했다. 5분 만에 도착했다.


“엄마, 나 저거 탈래”

둘째 행복이는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와 1층에 있던 놀이기구에 빠졌다. 불행히 엄마 아빠에게 현금이 없어 아이는 타지 못했다.

“엄마 나 저거 보고 갈래”

첫째 사랑이는 전에 갔었던 롤러 스케이트장을 구경하고 싶다며 외부에 마련된 높은 의자에 올라갔다. 잠시 동안 안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내려왔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사랑아 이리 와봐, 트리 있어”

“어디? 에이 저게 머야, 왜 이렇게 작아”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트리는 내 눈에 보기에는 컸지만 아이 눈에는 별로 크지 않았나보다. 탄성을 내지를지 알았다.


“어, 저기 울라프다”

“어디? 진짜네, 와”

트리 대신에 오른쪽에 전시된 겨울왕국의 눈사람 울라프를 보고 아이들은 감탄했다. 울라프가 루돌프들이 끄는 썰매에 올라타 있었다. 요새 겨울왕국에 빠져 있는 아이들은 울라프를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자, 사진 찍자, 하나 둘 셋”

오랜 만에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와 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니면 오후 7시가 넘어서인지 밖에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엇, 달이다”

“진짜네”

“달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엄마”

바로 우리 위에 달이 있었다. 어릴 적엔 달과 태양이 우리를 따라 오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내 아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다이소 가자”

쇼핑몰 안에 있는 다이소로 들어갔다. 사람이 없는 밖과는 달리 안에는 은근 사람들이 있었다. 입구에서 온도 체크를 하고 안에서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각각 인형, 과자, 색칠북을 골랐다. 나는 화장실 청소용 스펀지와 초코 과자 하나를 골랐다. 아내는 종지 그릇 2개와 아이들 책상을 지우는 매직스펀지를 샀다.

“아빠, 안아줘”

아이들과 함께 다시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행복이는 졸리고 힘든 지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칭얼댔다. 아이를 안고 걸어갔다.

이제는 몸무게가 꽤 늘어 오른손에 들은 물병 때문에 왼쪽 어깨와 손으로 아이를 안다보니 어깨가 아팠다.

‘많이 컸네’


가족들과 나온 저녁 산책,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와 걷는 것만 해도 좋았다. 자주는 못하더라도 가끔이라도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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