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48일차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식상한 질문을 가끔씩 한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그럼 아이들은 식상한 대답을 한다.
거의 대부분 엄마지만 가끔씩 아빠라고도 한다.
아주 가끔 창의적으로 둘 다 좋아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저번 주말 아이들과 발레를 끝나고 아내가 장을 보느라 아이들을 집으로 먼저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
“얘들아, 너희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상한 질문을 했다.
“난 엄마”
“나도 엄마”
둘째 행복이는 원래 아빠를 좋아 한 댔는데 그만 배신을 하고 말았다.
“행복아, 너 원래 아빠 더 좋아했잖아”
“응, 근데 이제 엄마가 더 좋아”
어제 저녁 메뉴는 닭다리구이였다.
미리 낮에 로컬 푸드에 가서 장을 봤다. 요새 물가가 장난 아니게 올라 딱 필요한 것만 골라 나왔다.
목우촌 닭고기를 사려고 했는데 포장지에 북채라고 써져 있었다. 왜 북채이지? 하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닭의 아랫다리를 가리키는 유통용어라고 되어 있었다.
500g에 6천원이었고, 두 개에 1만 2천원이었다. 원래는 작은 닭 봉이나 닭 날개를 하려고 했는데 정육 코너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을 하원 시킨 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 선생님은 네이버 블로그 글과 사진이었다.
포장을 뜯고 큰 통에 닭다리 12개를 넣어 찬 물에 2~3번 씻었다.
다음으로는 우유를 반 절 정도 담아 15분 정도 재워 두었다.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었는데 우유를 넘치게 넣을 수도 있지만 우유 낭비가 너무 심하다고 하여 반만 넣었다.
충분히 우유로 재워둬야 육질이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다음은 우유를 행궈 주고 고기에 칼집을 내주었다.
양념을 충분히 고기 안까지 배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칼집을 낸 고기에 허브 솔트를 뿌리고, 올리브유와 다진 마늘을 넣어 충분히 버무렸다.
양념을 충분히 버무린 뒤 에어프라이어를 꺼내 종이 호일을 깔아주었다.
종이 호일 위에 닭다리 6개를 먼저 올려 두었다.
부피가 커 한꺼번에 12개를 넣을 수 없어 나눠 요리를 하기로 했다.
180도로 15분을 먼저 돌리고 뒤집어 15분을 돌리기로 했다.
‘윙’소리와 함께 닭다리는 완성을 향한 마지막 질주를 시작한다.
요리가 완성되어갈 즈음, 아내가 알탕을 사들고 퇴근을 했다.
첫째 사랑이가 저번에 알탕의 알 맛을 한 번 본 뒤 또 사달라고 재촉해 퇴근길에 사왔다.
7살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알 맛을 알다니 희안한 일이다.
“밥 먹자”
온 가족이 모여 닭다리를 먹기 시작했다.
“오, 맛있다”
다들 만족감을 드러내며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남이 해주는 치킨도 당연히 맛있지만
닭고기를 사와서 해먹는 요리가 조미료도 들어가지 않고 가격도 훨씬 괜찮은데다 맛까지 좋으니 금상첨화였다.
“얘들아 외할머니가 해준 닭요리가 맛있어? 아님 아빠께 맛있어?”
유치한 질문을 시작했다.
“에이, 어디 외할머니와 비교해?”
아내가 한 마디 한다.
“응, 나는 외할머니”
사랑이는 외할머니 표 닭요리에 한 표를 던졌다.
“응, 나는 둘 다 맛있어”
행복이는 역시 창의적이다. 막내가 집 안 정치를 안다.
12개의 닭은 4개의 입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닭은 사라졌지만 만족감과 포만감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