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47일차
서평은 바꿔 말하면 독서 감상문이라 할 수 있다. 책 읽고 독후감 쓰는 것은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일이다. 독후감 그거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지만 예전부터 해왔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해야 잘하는 것이다.
2022년 1월 16일, 이은대 작가님의 서평 쓰는 독서모임 ‘천무’ 1회에 참여하였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전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人生을 바라보는 안목’에 대해 읽어오라 하셨다. 독서모임 방에 늦게 참여해 해당 책을 모임 시작 이틀 전에야 읽게 되었다. 이미 서점에 가서 책을 사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동네 도서관센터에 들어가 전자책을 검색하니 다행히 있어 읽게 되었다.
미리 서평을 작성해도 된다고 하여 기억하고 싶은 문장 15개, 독후 감상, 나의 어록을 미리 작성해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올렸다.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하였다. 일요일 오후 8시, 다들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간에 117명이라는 사람이 ‘줌’에 모여들었다. 다들 책과 서평모임에 대한 어마 무시한 열정들을 가지고 있었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이후 아내가 목욕을 시켜 준 아이들의 머리를 말려준 뒤 방으로 들어가 시간 내 접속할 수 있었다.
그냥 책 읽고 서평 쓰는 법을 알려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도 내가 좋다고 느끼는 모든 문장을 다 적는 게 아니었다. 3가지로 압축을 해서 적으라고 했다. 미리 노트에 적어놓은 문장 15개 중 다시 마음에 드는 3가지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그 문장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었다.
쉽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내 생각을 떠올려 노트에 적어가는 일은 이미 책에 대해 파악해 머리 속에 들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책을 읽으며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끝이 아니었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다시 12개의 소모임으로 만들어 토론을 하라고 하셨다. 우리 방은 11번 방, 9명의 사람이 모였다. 백 명의 사람 속에 숨어 있던 것과 9명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포함 2명의 남자, 7명은 여자 분이셨다. 진행자 분을 포함해 다들 말을 얼마나 잘하시는지 깜짝 놀랐다.
다른 분들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문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야기를 했다. 한 분, 한 분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박수를 쳤다. 이제쯤 손을 들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쉽게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8명까지 발표를 하고 4분이 남았다. 내 차례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소개를 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에 대해 말을 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책을 보고 서평을 써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것은 해왔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자주 말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말을 더 잘하셨고, 나처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쭈뼛쭈뼛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30분 간 소모임 시간이 끝났다. 다른 사람의 책 읽은 경험과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내 생각과 다른 생각들을 듣는 것은 사고의 개방성을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을 노트에다가 쓴 뒤, 그 내용을 블로그에다 옮겨 쓰고, 발행하는 방법까지 모두 알려주시고 실행을 해 보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했지만 미처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 컴퓨터로 글을 작성해 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잘 따라하지 못하셨을 수도 있었다.
책을 읽을 때는 항상 왜(WHY), 어떻게(HOW)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하셨다. 그게 바로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작가는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어떻게 글로서 그 생각을 풀어 가는가를 생각하며 읽는다면 책을 읽을 때도 훨씬 집중력이 있고, 내 삶에도 적용시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의 수업이 순식간에 지났다. 서평은 단순히 책에 대한 소감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적은 기록이었다. 책은 며칠 지나면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지만 내가 스스로 적은 노트, 블로그는 다시 펼쳐 언제든 읽을 수 있다. 손으로 적으면 머리에 잘 남는다는 장점도 있다. 좋은 모임을 만들어주진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서평 모임에 참석하겠지만 그 외 내가 혼자 읽어가는 책도 같은 방법으로 서평을 작성해야겠다. 항상 왜와 어떻게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