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46일차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로봇과 자동화기기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내 일자리는 과연 온전할 것인가, 대체당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어, 끝났어?”
“응, 행복이가 칼국수 먹고 싶다는데?”
“그래? 그럼 갈게, 내건 알아서 시켜줘”
어제는 첫째 사랑이의 발레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아내가 모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센터에 갔다. 엄마와 나간다고 하자 아이들은 좋아서 미리 옷을 다 챙겨 입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사이 청소기로 집 안 청소를 한 번 하고, 세탁기에 넣어두었던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어두었다. 그 사이에 아내에게 전화가 와 수업이 끝났는데 둘째가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한 것이었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마트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다행히 우리는 금방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음식을 자리에 있는 태블릿으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게, 뭐야? 로보트다”
“우와”
바로 서빙하는 로봇이었다. 어른들은 이미 몇 번 본 모습이지만 아이들은 신기했나보다. 손님이 많아지면 서빙하는 직원들도 많아야 되지만 서서히 그 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고 있었다. 서빙로봇은 음식그릇을 올려놓고 자리를 입력하면 스스로 움직인다.
뉴스 기사에서 미래 시대에는 일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로봇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고 하는데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서 벌써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단순 노동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면 미래의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지금 당장 내 코가 석자인데 뭔 그런 걱정을 하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상상했던 일은 거의 다 실현이 되었고, 금세 닥칠 수도 있는 일이다.
잠시 망상을 접고, 나온 음식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닭 칼국수 2개, 강릉해물칼국수 1개를 4명이서 나눠먹기로 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닭 칼국수를 나눠 먹고 나는 혼자 얼큰한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아내에게 맛을 보라고 작은 그릇에 조금 담아 주었다.
칼칼한 해물 칼국수는 짬뽕과 비슷한 맛 같으면서도 느끼한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혼자 이거 다 먹을 거야”
국수 킬러 행복이는 혼자 칼국수 1개를 다 먹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다 먹을까 싶었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중간이라도 가듯이, 행복이는 2그릇을 먹었다.
“물 줘”
물을 달라고 한 행복이는 불안 불안 하더니 갑자기 물 컵을 툭 엎어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엎어진 물은 행복이의 바지와 신발을 적셔 버리고 말았다. 축축한 느낌은 행복이의 먹방 페이스를 순식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빠, 나 집에 가고 싶어”
“그래, 그것만 먹고 가자”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먹는 즐거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먹는 것은 사람이 먹어야 한다. 로봇이 대신 먹어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