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356일차
"안 돼, 사랑아, 그 이불 행복이와 아빠 덮는 이불이야"
"으아앙"
사랑이가 울기 시작했다. 원인은 바로 이불이었다. 우리 집은 안방에서 가족이 함께 잔다. 첫째 사랑이와 엄마가 침대 위에서, 둘째 행복이와 나는 밑에 매트리스에서 잔다.
사랑이와 아내는 그동안 겨울 이불을 덮고 잤고, 행복이와 나는 가을 이불을 덮고 잤다. 가을 이불도 원래는 사랑이와 아내가 덮고 있었다. 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자 겨울 이불을 꺼내서 행복이와 덮으려 했지만 사랑이가 이불을 가져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을 이불을 덮고 잤다가 엊그제야 다른 겨울 이불을 꺼내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어제는 아침에 애들을 등원시킨 뒤 가을 이불을 빨았다. 그리고 저녁에 새 겨울 이불을 꺼내어 서재 방에 잠시 놔두었다. 그걸 사랑이가 보고 안방으로 옮겨 이불을 바꾸려고 한 것이었다.
"사랑아, 저번에도 따뜻한 겨울 이불 가져가서 지금까지 덮었는데 다른 이불 가져온다고 냉큼 바꾸면 될까 안될까?"
"..."
"행복이는 그럼 맨날 덮던 이불만 덮어야해?"
"으아앙"
사랑이는 한참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랑이는 엄마 아빠 신혼여행 사진까지 들고와
거실에 앉아 엄마 사진을 보며 울었다.
"엄마, 엄마"
"사랑, 이리 와"30분이 넘게 버티다가 겨우 알았다고 하고 영어 영상을 보았다.
사랑이는 고집이 세다. 나도 한 고집 하지만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끝이 없다. 7세가 되어서도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닥에 누워 징징 거린다. 한 살 뱉어내야겠다고 해도 소용없다.
나야 어떤 이불을 덮어도 상관없지만 동생인 행복이는 옷도 자주 물려 입는데 이불까지 덮던 이불을 계속 덮으라고 하면 기분이 좋을까?
사랑이가 영상을 볼 때 옆에 앉아서 얘기했다.
"사랑아, 너 연극 해도 되겠다, 아주 그냥 엄마 사진을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데?"
눈물 연기 하나는 잘 할 것 같다.
아이가 울면 물론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운다고 다 들어주면 끝이 없다. 중간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오늘의 이불 전쟁은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한 상처만 남겼다. 사랑이에게 내일은 다른 이불을 덮고 자라고 해 봐야겠다.